[앵커]
뉴스룸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차별 실태를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뿌리 깊은 차별, 바로 학벌입니다. 세상이 달라졌다 해도 여전히 실력보다 학력이 먼저인 곳이 많습니다.
유요한 기자가 그 실태를 확인해봤습니다.
[기자]
파주에 사는 30대 청년 이모 씨는 3년 전, 기계 관련 창업을 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현장에서 10년 간 뛰며 경험을 쌓아 왔습니다.
최근엔 벤처기업 인증을 위해 정부의 현장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제품이나 기술에 대한 이야기는 한 마디도 꺼내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이모 씨/고졸 창업자 : (기계)설비를 군대 사열식처럼 다 준비를 해놨어요. 제대로 설명을 하기도 전에 잘라 버리시더라고요. 듣지를 않아요. (질문이) 학교 어디까지 나왔냐. 출신지가 이쪽이냐.]
한 달 뒤, '개발이 부족하다' '창업자의 전문성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탈락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모 씨/고졸 창업자 : 고졸 출신들은 기업을 하고 개발을 하면 안 되는 것 같은 자괴감이.]
평가를 맡은 기관에선 "제출한 자료에 학력이 다 나와있는데 굳이 현장에서 그런 질문을 할 리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이씨는 불공정 심사라며 문제를 제기했고, 일부 자료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점이 인정돼 다음달 재심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전문대를 졸업한 박재성 씨는 지난해 회사 인사평가에서 두 번 연속 최하 등급을 받았습니다.
팀원 7명 가운데 주로 박사는 A, 석사는 B를 몰아줬고 연구보조직 박씨에겐 C를 준 겁니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야근, 설거지 같은 업무 외 일도 도맡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생각합니다.
[박재성/전문대 졸업자 : 박사분들을 서포트하고 케어해주는 역할인데 왜 우리가 저평가를 받고 그분들만 고평가를 받는지…]
업무별로 나눠 평가를 해야하는 게 아니냐고 했지만 원래 그런 거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박재성/전문대 졸업자 : 진급할 때쯤 몰아준다 저평가돼도 크게 낙담하지 말라. 사회란 다 그런 거다. 우리 때도 다 그랬다.]
지난 1월, 퇴사와 함께 고용노동부에 진정도 넣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학력 차별은 고용 과정에서 주로 일어나는데 입증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차별이 있다고 증명할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조혜인/변호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 채용 성적을 매긴 근거가 무엇이었는지, 승진을 누굴 시킬 건가를 평가할 때 그 자료들을 다 기업이 가지고 있는 거죠. 증명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거든요.]
시민의 10명 가운데 9명은 "대학 졸업장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차별이 존재한다"고 여기고, 80%는 '학벌주의'가 계속될 거라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는 지난주 차별금지법에서 '학력'을 빼자는 의견을 냈습니다.
'개인의 노력에 따라 성취 정도가 달라지는 합리적 요소'라는 주장입니다.
[조혜인/변호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 직무능력을 기준으로 채용이나 업무평가를 해야 하는데 학력이나 출신 학교만을 근거로 불공정한 평가가 되고 있는 걸 시정하자는 의미거든요. (가장 크게 고민해야 될 부서에서) 큰 성찰 없이 지금 잘못된 답을 한 것이 아닌가.]
(화면제공 :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
(영상취재 : 이지수 / 영상디자인 : 최석헌 / 영상그래픽 : 김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