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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울타리가 쌓은 모래, '축구장 9배' 해안사구 되살렸다

입력 2021-06-17 14:52 수정 2021-06-1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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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침식 현상은 자연적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인간의 개발 행위로 그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기도 합니다. 자연스러운 침식은 모래사장과 그 인근의 생태계가 적응할 시간을 주지만 인위적인 침식은 생태계를 송두리째 흔듭니다. 인위적인 침식을 복구하는 데에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큰 효과를 거둔 사례가 나왔습니다. 충청남도 태안군에 위치한 태안해안국립공원 해안사구의 경우입니다.

태안해안국립공원에 설치된 모래포집기. 〈사진=국립공원공단〉태안해안국립공원에 설치된 모래포집기. 〈사진=국립공원공단〉

바닷가 모래가 바람에 날려 만들어진 언덕인 해안사구는 해일을 막는 자연 방파제이자 다양한 생물이 사는 서식지이기도 합니다. 태안해안사구는 1970년대부터 해안침식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습니다. 인간이 설치한 구조물에 파도 방향이 달라지고, 곳곳에서 바닷모래를 채취하는 등 '인간의 손길'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순식간에 사라졌던 해안사구가 일부 제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2001년부터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진행된 복원 사업 덕분입니다. 국립공원공단은 긴 시간동안 공단 직원과 자원봉사자 등 인력도 1000명 넘게 투입해 복원에 나섰습니다.

모래포집기의 해안사구 복원 원리 개념도.  〈사진=국립공원공단〉모래포집기의 해안사구 복원 원리 개념도. 〈사진=국립공원공단〉

복원의 일등공신은 높이 1.2m의 대나무 울타리였습니다. 대나무를 엮어 만든 모래포집기가 바람에 날리는 모래를 쌓이게 만든 겁니다. 국립공원 해안가 일대에 총 연장 10.7km에 달하는 대나무 울타리는 20년간 차곡차곡, 자칫 사라질 뻔한 모래를 붙잡았습니다. 퇴적된 모래의 양은 무려 7만 8900㎥, 25톤 트럭으로 4641대 분량입니다. 이를 통해 태안해안국립공원의 해안사구는 6.575헥타르, 대략 축구장 9개 넓이로 복원됐습니다.

다시 돌아온 것은 모래 언덕만이 아닙니다. 복원된 해안사구엔 통보리사초, 갯그령, 갯메꽃 등 10종의 사구식물이 자연적으로 유입됐습니다. 사라졌던 해안사구 생태계가 다시 형성된 겁니다.

태안해안국립공원에 설치된 모래포집기. 〈사진=국립공원공단〉태안해안국립공원에 설치된 모래포집기. 〈사진=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공단은 침식 현상이나 탐방객 출입 등으로 훼손된 태안 기지포, 먼동, 굴혈포 등 3곳의 해안사구에 대해서 추가로 복원 작업에 나설 계획입니다. 송형근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은 "지난 20년간의 해안사구 복원 및 생물서식지 확대 사례를 토대로 앞으로도 다양한 유형의 훼손지를 복원하겠다"며 "이를 통해 생물다양성 증진뿐 아니라 탄소흡수 역할 증대에도 더욱 기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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