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렇게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지만 사설 구급차는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병원이 갖고 있는 구급차 수는 15년 전과 비교해서 거의 반 토막 났습니다.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결국 그 자리를 사설구급차가 메우고 있는 겁니다.
계속해서 배승주 기자입니다.
[기자]
빙판길 도로에서 차량이 줄줄이 미끄러집니다.
[어어, 자기야. 스톱, 스톱.]
2년 전 음력 설 당일 강원도 정선에서 발생한 사곱니다.
일가족 9명이 다쳤고 이 중 1명은 중상자였습니다.
가족들에 따르면 당시 의사는 중상자의 경우 100km 떨어진 원주의 대학병원으로 바로 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머리에 출혈이 심했습니다.
그런데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김모 씨/교통사고 당사자 : 병원에 구급차가 구비된 게 없다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병원에서 구급차가 없다라니 말이 되냐?]
병원 측은 사설구급차가 딱 1대 있는데 더 급한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곤란해진다며 택시를 타고 가라고 했습니다.
항의가 잇따르자 뒤늦게 사설구급차를 불러줬지만 40분 넘게 걸려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출발도 안했습니다.
[김모 씨/교통사고 당사자 : 출발하기 전에 돈 얘기를 먼저 하더라고요. 오늘은 뭐 특별한 휴무일이고 간호사를 대동하게 되면 특별요금이 또 추가된다.]
50만 원을 선불로 요구했다는 겁니다.
결국 1시간을 허비했습니다.
[김모 씨/교통사고 당사자 : 사고당한 사람을 상대로 해서 돈을 먼저 요구를 하고 그 돈이 수용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겠다.]
사설구급차 요금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50만 원입니다.
택시비 40만 원보다 조금 많은 수준입니다.
업계에선 30년 전 책정된 요금이 거의 그대로여서 요금을 부풀리거나 의료진을 안 태운다고 털어놓습니다.
[C사설구급대 응급구조사 : 그 방법밖에 없습니다. 저희가 살려면…]
2019년 기준 사설구급차대 수는 119구급차의 70% 수준인데, 인력은 10% 밖에 되지 않습니다.
한 해 전체 중증환자 이송 60만 건 중 18만 건을 사설구급차가 맡았습니다.
[강병원/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보건복지위원) : 외상환자 이송은 목숨이 달린 문제인데 국가가 환자 생명을 방치하는 꼴입니다.]
지난해 2월 의료법이 개정돼 병원에서 구급차를 위탁할 수 있도록 선택권도 줬습니다.
응급의료정책이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영상디자인 : 황수비 / 영상그래픽 : 한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