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학교에서는 물리적인 폭력이 아닌 말로, 그러니까 소문으로 괴롭히는 일도 있습니다. 한 고등학교에선 '돈을 받고 교사와 성관계를 한다'는 거짓 소문 때문에 고통을 받던 학생이 결국 학교를 그만뒀고, 지금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당시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렸지만, 거짓인 걸 확인하고도 정작 그 소문을 퍼뜨린 학생에겐 책임을 묻지 않았습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사실 확인 과정이었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이자연 기자입니다.
[기자]
'쟤는 50만 원을 받고 교사와 성관계를 한다'
예술고등학교를 다니던 A씨는 3학년이던 지난 2019년, 이런 소문을 전해 들었습니다.
[A씨/피해자 : 제가 지나가면 '쟤 그 선생님이랑 사귀잖아' 그렇게 뒤에서 얘기한다든가. 바보가 된 기분이었어요.]
같은 학년 B씨 등은 다른 학생들에게 둘이 사귀는 '증거'라며 담임교사 차가 찍힌 CCTV 화면을 보여줬습니다.
"사진을 확대해 보라"며 "확실하다"고 했지만, 찍힌 건 차가 지나가는 모습뿐입니다.
둘이 모텔에 들어가는 사진도 있단 소문도 돌았지만 실체는 없었습니다.
시작은 선생님들이 A씨를 편애한다는 불만이었습니다.
[A씨/피해자 : 편애를 하다가, 2학년 땐 사귄다는 말이 나왔다가, 마지막 3학년 땐 원조교제를 한다…(살이 붙어서 커진 거지.)]
결국 A씨 신고로, 학교폭력대책위원회가 열렸고, 피해가 인정됐습니다.
그런데 B씨 등은 어떤 조치도 받지 않았습니다.
거짓 소문을 퍼뜨린 게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실을 밝히려 한 거'라는 B씨 측 주장이 학폭위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진 겁니다.
A씨는 결국 학교를 떠났습니다.
[A씨/피해자 : 어차피 아무도 안 믿어 줄 텐데…그냥 집에 가고 싶었어요, 정말.]
A씨는 B씨를 고소해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B씨는 취재진에 "친구들 사이에서 의심된다는 말이 계속 나와서 확인한 것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A씨는 지금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A씨/피해자 : 예술을 너무 하고 싶었는데… 저는 그냥 빨리 재판 끝나고, 사과받고. 제 인생을 다시 돌려놓는 게…]
(영상디자인 : 유정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