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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내모는 도로 속 인도에 공무원들 세워놔라"

입력 2021-04-02 09:42 수정 2021-04-02 10:08

앞뒤로 버스 '쌩쌩'...도로 한복판 폭 90cm '아찔한 인도'
짧아진 인도가 무단 횡단 불러...부산 BRT구간 3년 새 보행자 9명 차에 치여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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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로 버스 '쌩쌩'...도로 한복판 폭 90cm '아찔한 인도'
짧아진 인도가 무단 횡단 불러...부산 BRT구간 3년 새 보행자 9명 차에 치여 사망

사람보다 차가 우선인 횡단보도의 실태를 집중 취재하기 위해
보행자 사망사고가 잇따르는 부산 버스중앙차로제(Bus rapid transit 간선급행버스체계), BRT 구간을 사흘간 돌아봤습니다.
JTBC 뉴스룸 - 앞뒤로 버스 '쌩쌩'...도로 한복판 폭 90cm '아찔한 인도' [사진=뉴스룸 갈무리]JTBC 뉴스룸 - 앞뒤로 버스 '쌩쌩'...도로 한복판 폭 90cm '아찔한 인도' [사진=뉴스룸 갈무리]

지역 최대 번화가인 서면 인근 부전시장 앞에 갔더니 눈앞으로 계속해서 아찔한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왕복 6차로 가운데 2개는 버스만 다니는 BRT 구간이었는데
버스를 타고 내리거나 횡단보도를 건너게 하려고 도로 한복판에 인도가 생긴 곳이었습니다.
차도 한가운데 띄엄띄엄 설치된 좁은 인도 [사진=뉴스룸 갈무리] 차도 한가운데 띄엄띄엄 설치된 좁은 인도 [사진=뉴스룸 갈무리]

그런데, 사람들이 몰리면 서너명만 서도 차도로 발이 나올 만큼 폭이 좁아 보였습니다.

줄자로 직접 재어보니 가장 좁은 폭은 겨우 90cm 정도였습니다.
기자가 직접 재어본 인도 폭 [사진=뉴스룸 갈무리]기자가 직접 재어본 인도 폭 [사진=뉴스룸 갈무리]

시민 김경숙 씨는 차량이 사람 앞뒤로 왔다 갔다 하니까 인도인지 차도인지 분간이 안 된다며 사고가 날까 봐 등에 식은땀이 날 지경이라고 말했습니다.

택시기사 김진홍 씨도 차도 사이사이 좁디좁은 인도에 보행자들이 위태롭게 서 있으니 운전할 때마다 자칫 사람을 치지는 않을까 불안하다고 했습니다.

동래구 수안동-안락동 BRT 구간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실제로 이곳에선 버스가 보행자를 치는 사고가 잇따랐다고 주민들은 이야기했습니다.

부산시가 도로 한가운데 있던 폭 70cm짜리 인도와 횡단보도를 최근 급히 없애고 다른 곳으로 옮긴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4월 1일 JTBC 뉴스룸에선 이 같은 현장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도했습니다.

기사를 접한 시청자 중, 특히 부산시민들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한 시민은 "차가 중요한가 사람이 중요한가? 차 설 자리는 넓어지고 사람이 설 자리는 좁아진다"며 한탄하는 댓글을 남겼습니다.

또 다른 시민은 "차량이 양쪽으로 같이 지나가면 어지러울 텐데 연로하신 분이 넘어지시기라도 하면 차에 부딪혀 죽으란 것이다" "부산시민의 목숨을 죽음으로 내모는 이런 졸속행정을 펼친 부산시는 고발당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JTBC 뉴스룸 보도 이후 달린 시민 댓글 [사진=포털사이트 캡처]JTBC 뉴스룸 보도 이후 달린 시민 댓글 [사진=포털사이트 캡처]

아예 "저렇게 계획한 담당 공무원과 결재한 책임공무원을 일주일만 저기에 세워놔라"는 비판의 목소리까지 나왔습니다.
JTBC 뉴스룸 보도 이후 달린 시민 댓글 [사진=포털사이트 캡처]JTBC 뉴스룸 보도 이후 달린 시민 댓글 [사진=포털사이트 캡처]

취재진은 부산경찰청에 BRT 구간에서 발생한 보행자 사고 현황을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2018년에 3명, 2019년 4명, 2020년 2명 등 최근 3년에만 9명이 차에 치여 숨진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담당 경찰은 도로 한가운데 띄엄띄엄, 짧게 설치된 인도와 횡단보도가 무단 횡단을 유발한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습니다.

원래 도로라면 건너갈 엄두를 못 내는데 인도와 횡단보도가 좁아지다 보니까 메뚜기식 횡단이 이어진다는 겁니다.

부산시는 열악한 지역 도로 사정상 인도 폭을 넓히긴 쉽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폭을 넓히려면 지하상가로 이어지는 출입구나 상가와 맞닿은 인도 등 기존 시설물을 밀어버리고 도로 전체를 넓혀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건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다만, 무단횡단 차단기 설치나 녹색 신호등 점멸 시간뿐 아니라 적색 신호등 점멸 시간 표시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보행 안전시스템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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