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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100억 준 주택 2년간 방치한 SH…유치권 해결됐나

입력 2021-03-26 15:34

여전히 돈 못 받은 협력업체…고통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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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돈 못 받은 협력업체…고통은 여전

서울주택도시공사, SH가 100억 원을 주고 주택을 산 뒤 2년간 방치했다는 소식을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사진=JTBC뉴스룸 캡처〉〈사진=JTBC뉴스룸 캡처〉
(관련 기사: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s?news_id=NB11997627)

2018년 12월, SH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다세대주택을 100억 원가량에 샀습니다. 저소득층, 신혼부부 등에게 '임대주택'을 제공하기 위한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SH가 이 주택을 공급했다는 기록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왜 2년간 아무런 목적으로 쓰지 못하고 그냥 뒀어야 했을까요? 취재의 시작이었습니다.

문제는 유치권이었습니다. 유치권이 걸린 건물은 새로운 건물주가 들어와도, 전세나 임대를 낼 권리가 없습니다. 애초에 SH가 이 주택을 산 목적으로 활용할 수가 없었단 겁니다. SH는 '이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입니다. 유치권이 행사 중이란 게 등기에 나오는 내용도 아니란 겁니다. SH 관계자는 "현장 플래카드나 경고문 등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는데 현장 점검 땐 다 떼버리고 몰래 숨겼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지난해 10월에 유치권이 풀려 최대한 빨리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JTBC뉴스룸 캡쳐〉〈사진=JTBC뉴스룸 캡쳐〉
(관련 기사: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s?news_id=NB11997626)
◆ SH "지난해 10월 유치권 문제 해결"

유치권이 풀렸다는 건 돈을 못 받았던 하청업체가 공사비를 받았단 뜻입니다. 정말 SH 말대로 모든 돈 문제가 해결됐을까요? 아닙니다. 여전히 돈을 받지 못한 업체들이 있습니다.

먼저 이 다세대 주택이 만들어진 과정을 짧게 설명하겠습니다. 2017년 9월, SH는 A 자산운용사와 '매매이행 약정서'를 맺었습니다. A 자산운용사가 주택을 짓고 난 후 SH에 소유권을 넘긴다는 내용입니다. SH는 일부 약정금을 A 자산운용사에 넘겼고 A 자산운용사는 공사업체를 정합니다. 공사업체는 B 산업개발이란 회사입니다.

◆돈 못 받은 협력업체…4억 원 못 받은 업체도 있어

문제는 B 산업개발에서 불거졌습니다. 협력업체들에 공사비를 제때 주지 않았던 겁니다. 취재과정에서 석재 업무를 담당했던 이 모 씨를 만났습니다. 이 씨는 "4억 원 정도를 받지 못했다"고 고백했습니다. 공사비를 계속 받지 못하자 공사를 중단한 적도 있었습니다. 이 씨는 "돈을 줘야 공사를 계속할 수 있다고 버텼지만, B 산업개발 대표가 다른 업체를 뽑아 공사를 끝냈다"고 설명했습니다. 건물 철거업무를 담당했던 조 모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조 씨는 9500만원 정도를 받지 못했습니다. 다세대주택 근처 식당 주인 김 모 씨도 돈을 받지 못했습니다. 김 씨는 "B 산업개발 대표가 책임져준다고 하더니 식대 650만원을 주지 않고 잠적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제는 받을 길도 막막합니다. 이 씨 등은 2018년 10월, 법원에 B 산업개발을 상대로 가압류 신청을 냈습니다. 법원은 가압류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B 산업개발이 SH나 A 자산운용사에서 받을 돈을 묶어둔 겁니다. 하지만 손쉽게 받아내긴 어려워 보입니다. 일단 B 산업개발 대표가 잠적한 것으로 보입니다. B 산업개발이 SH나 A 자산운용사에서 받을 채권이 있는지도 소송을 통해 밝혀내야 합니다. 취재진이 B 산업개발 주소로 찾아갔지만, 사무실은 닫혀있었습니다.
〈사진=JTBC뉴스룸 캡쳐〉〈사진=JTBC뉴스룸 캡쳐〉

SH는 B 산업개발과 직접적인 계약을 맺은 관계는 아니기 때문에 이 씨 등에 돈을 갚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법적으론 맞습니다. 하지만 이 씨 등은 SH에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서민에게 제공한다는 임대주택인데 SH가 조금 더 세심하게 관리를 했다면 임금체불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지 않았겠냐"는 겁니다. 이들에겐 추가 소송을 진행할 여력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대부분 영세업체여서 당장 일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씨는 "솔직히 생계도 이어가기 어렵고 가정도 파탄 날 지경"이라 담담히 말했습니다. 인터뷰 전에도 공사 현장서 일하고 온 이 씨의 옷엔 흰색 돌가루가 짙게 묻어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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