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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순쟈-킴"...총격 희생자들의 이름이 불리는 이유

입력 2021-03-22 18:22 수정 2021-03-22 19:03

애틀랜타 총격 '#그들의 이름을 불러보세요' 추모 운동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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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 총격 '#그들의 이름을 불러보세요' 추모 운동 확산

현지시간으로 지난 1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8명이 숨졌습니다. 용의자는 마사지숍 세 곳을 돌며 총을 난사했습니다. 희생자 8명 중 6명이 아시아계 여성으로 혐오범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Say their names'(그들의 이름을 불러보세요.)

 
소셜미디어에서 공유되고 있는 '#Say their names' 캠페인. 희생자 8명의 이름과 사진이 나와 있다. 〈사진=트위터 캡처〉소셜미디어에서 공유되고 있는 '#Say their names' 캠페인. 희생자 8명의 이름과 사진이 나와 있다. 〈사진=트위터 캡처〉
현재 소셜미디어에서는 그들을 추모하는 방식으로 이 해시태그 운동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희생자 8명의 이름을 정확한 발음으로 한 번씩 부르며 기도하자는 의미입니다. 아시아계 미국인 언론인 협회(AAJA)는 한국계 4명, 중국계 2명의 이름 발음 가이드 영상을 만들어 내놨습니다.

이 캠페인이 시작된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사실 미국에서 동양인을 포함한 이민자들을 제대로 발음하지 않는 건 전형적인 조롱의 방식입니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도 한 공화당 상원의원이 당시 부통령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의 이름을 "카마라? 캐몰라? 아 몰라, 몰라~"라고 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당시 한국계 미국 배우 대니얼 대 킴도 "내 이름은 쿵후 플루(중국에서 옮겨온 독감)가 아니다"라며 인종차별적인 문화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지난해 10월 한국계 미국 배우 대니얼 대 킴이 올린 트윗. 자신의 한국 이름은 김대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사진=트위터 캡처〉 지난해 10월 한국계 미국 배우 대니얼 대 킴이 올린 트윗. 자신의 한국 이름은 김대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사진=트위터 캡처〉

희생자 이름 부르기의 힘일까요. 미국 언론은 최근 희생자 8명, 그중에서도 6명 아시아계 여성들의 삶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CNN은 현지시간 21일, 50세 생일 직전 사망한 중국계 탄샤오제(Xiaojie Tan)의 전 남편과 딸을 인터뷰했습니다. 그녀는 첫 총격이 벌어진 마사지숍 운영자였습니다.
 
탄샤오제의 생전 모습 〈사진 출처=CNN 캡처〉탄샤오제의 생전 모습 〈사진 출처=CNN 캡처〉

"그녀는 일주일에 7일을 일했습니다. 그저 죽을 만큼 일했을 뿐입니다." (전 남편 마이클 웹)
"엄마를 안아주고 싶습니다. 엄마의 손을 잡고, 엄마를 오랫동안 껴안고 싶습니다." (딸 제이미 웹)


 
CNN과 인터뷰를 하는 탄샤오제의 유가족. 왼쪽이 딸 제이미 웹, 오른쪽이 전 남편인 마이클 웹이다. 〈사진 출처=CNN 캡처〉CNN과 인터뷰를 하는 탄샤오제의 유가족. 왼쪽이 딸 제이미 웹, 오른쪽이 전 남편인 마이클 웹이다. 〈사진 출처=CNN 캡처〉

워싱턴포스트도 자식을 위해서라면 희생을 아끼지 않았던 한인 여성들의 헌신적인 삶을 집중 보도했습니다. 희생자 중 최고령인 박순정(74) 씨는 노후에도 스파를 관리하며 직원들을 위해 식사를 손수 만들곤 했습니다. 그녀의 사위는 "장모님은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하는 것을 참 좋아하셨다"고 전했습니다.
 
희생자 김순자 씨의 생전 모습. 〈사진=워싱턴포스트 캡처〉희생자 김순자 씨의 생전 모습. 〈사진=워싱턴포스트 캡처〉

김순자(69) 씨도 두세개의 일자리를 동시에 뛰면서 가족을 챙기는 헌신적인 어머니였습니다. 한국에서 결혼 후 남매를 낳은 뒤 1980년 가족과 미국으로 건너온 김 씨는 식당일부터 시작해 온갖 궂은일을 마다치 않고 생계를 꾸렸습니다. 또 다른 한국계 희생자인 김현정(51) 씨와 유영(63) 씨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세상에 없는 이들의 이름을 이제야 제대로 불러보는 일이 덧없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이름이 미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힘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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