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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6세 어린이도 지주…'부동산 지분 쪼개기' 극성

입력 2021-03-16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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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투자라는 이름으로 미리 유망한 지역을 골라서 땅을 사놓는 사람들, 다음 달에 추가로 발표될 신도시 추가 택지 후보지로 꼽히는 곳도 다르지 않습니다. 밀착카메라가 후보지로 거론되는 곳들을 돌아보니, 곳곳에서 기획 부동산이 개입한 걸로 보이는 이른바 '부동산 지분 쪼개기'가 극성이었습니다.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6살짜리 아이 이름으로 땅 지분을 사놓은 곳도 있습니다.

연지환 기자입니다.

[기자]

정부가 다음 달 신도시 추가 택지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후보지로 꼽히는 곳들 곳곳에선 이런 현수막들 볼 수 있습니다.

3기 신도시 광명 시흥에 이은 추가 택지 후보지로 얘기되는 곳들, 어떤 상황일까요. 밀착카메라가 돌아봤습니다.

서울에서 차로 15분 거리.

경기 고양시 화전동은 신도시 얘기만 나오면 후보지로 거론됩니다.

서울과 가깝단 이유입니다.

논과 밭이 많은 이곳엔, 수상한 땅이 있습니다.

수십 명이 쪼개서 산자락을 사들였습니다.

길도 제대로 닦여있지 않은 산엔 나무만 울창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바닥에 이런 포대자루, 호스까지 그대로 나뒹굴고 있는 걸로 봐서는 상당히 오랜 시간 방치되었던 걸로 보이는데요.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보니까 개발제한구역입니다.

이 일대를 모두 60명의 사람들이 지분을 나눠서 사들였습니다.

거래는 지난 2018년 4월부터 시작됐습니다.

[주민 : 이게 창릉신도시 발표되기 1년 전인가 샀을 거야, 아마.]

땅을 사들인 사람들이 사는 곳은 서울부터 경북 구미, 전남 나주까지 흩어져 있습니다.

서로 아무 관련없어 보입니다.

[주민 : 부동산에서 그렇게 장난을 쳐서 그렇게 해놓은 거야. 투기도 보통 투기가 아니야.]

땅을 사들인 사람 중엔 1940년대생부터 미취학 아동인 2015년생도 있습니다.

[주민 : 완전 투기지. 상투기. 기획부동산도 하고 어쩌고 하다 보니까.]

이들은 한 회사를 통해 지분을 사들였습니다.

땅을 일단 사들인 뒤 많은 사람들에게 지분을 팔아 차익을 남기는 '기획부동산'으로 추정됩니다.

취재진은 해당 회사의 주소지를 찾았습니다.

[(경매회사 없어요, 지금?) 없어요. 그런 거.]

사무실을 뺀 지 오래 됐다고 합니다.

[비상주 사무실이라 자리는 없어요. 예전에 나갔는데요. 잠깐 있었던 모양이네.]

통하는 길도 없는 맹지인데, 투자한 사람들은 백 명이 넘는 곳도 있습니다.

경기 김포시 고촌읍의 산입니다.

보시다시피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 이 땅은 2018년 9월부터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분을 나눠서 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땅 소유주 중에는 2000년대 생도 있는데요, 토지 거래량이 갑자기 늘면서 주민들은 투기와 기획부동산을 의심합니다.

주민들은 개발 가치가 없는 땅이라고 말합니다.

[주민 :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안 좋은 땅인데, 완전 맹지예요. 이거 도로가 아니라 개인 땅이에요.]

땅을 여기저기 쪼개 팔았다고 합니다.

[주민 : 개발제한구역에, 그린벨트에 다 묶여 있는 건데. 이거 기획부동산 같은 데서 해서 다 찢어서 판 거잖아요.]

취재진이 찾은 또 다른 땅도 필지 여러 개를 7명, 4명이 나눠 샀습니다.

근처 부동산에선 투기를 의심합니다.

[근처 부동산 관계자 : 딱 보니까 그러네. 알고서 한 거야. 계속 말 나왔던 곳이에요.]

월 평균 4건이던 이 지역 지분 거래는 지난해 7월부터 월 평균 10건으로 늘었습니다.

토지 거래량이 2년 전에 비해 지난해 3배 넘게 늘어난 경기 하남시 감북동도 쪼개기가 극성입니다.

지난해 중순 거래된 한 야산.

근처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이곳도 68명이 나눠가졌습니다.

[주민 : 그린벨트 풀리면 거기 뭐 집, 건물 지을 수 있다고 그런 식으로 (사람들이) 산 거죠, 뭐.]

이렇게 지분 쪼개기를 통해 거래를 하면 사실상 소유권을 주장하기 힘듭니다.

[부동산 관계자 : 기획부동산이네. 나중에 소유권 행사하기가 상당히 어렵지. 땅이 자기 거 어떤 거인지 모르잖아요? 무지하게 많이 당하는 사람 많아.]

지분을 판 업체를 찾았습니다.

거짓말을 한 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해당 업체 : 모집해서 하는 경우도 있어요. 없는 사실을 갖고 하면 이게 불법이 되거든요? 그게 아니고 약간 펀드 형식처럼 보시면…]

하지만 정작 근처에선 개발 가능성이 낮다고 말합니다.

[부동산 관계자 : 수도 시설이 들어와 있어요. 수도 시설이 들어와 있는 곳은 개발할 수가 없거든요. 안타깝게도.]

정보가 적은 사람들은 적은 돈으로 땅을 살 수 있는 쪼개기 거래에 현혹되기 쉽습니다.

팔려면 다른 소유주의 동의를 받아야하는데 소유주가 많아 일일이 동의를 받을 수 없어 사실상 처분이 불가능합니다.

공공기관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의 투기 심리를 교묘히 이용해 돈을 벌어들이는 업체나 사람들, 많습니다.

개발될 것이라는 뜬구름 잡는 소문에 무턱대고 부동산을 사들이다 돈도 잃고 피해를 본다면 되돌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VJ : 박선권 / 영상디자인 : 조승우·김지연 / 인턴기자 : 조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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