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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보루] "개인간 거래라 도움드리기 어렵습니다"…'인플루언서' 믿고 샀다가 낭패봐도..

입력 2021-03-12 11:54 수정 2021-03-12 13:32

소비자 보호 '사각' 인스타그램 등…앞으로 소셜미디어에도 책임 지우겠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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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보호 '사각' 인스타그램 등…앞으로 소셜미디어에도 책임 지우겠다는데

30대 회사원 K 씨는 지난달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가 광고하는 다이어트 제품을 보게 됐습니다.
한의사가 직접 처방해 만든 다이어트 약인데, 먹고 싶은 걸 먹으면서도 살을 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의 광고 게시글 #먹기만해도살빠짐?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의 광고 게시글 #먹기만해도살빠짐?

한 달 분에 15만 원, 혹하는 마음에 친구들과 함께 약을 샀습니다.
하지만 복용 하루 만에 심장은 두근거리고 손이 덜덜 떨렸습니다.
온몸엔 기력이 좀처럼 나질 않아 우울함마저 느껴졌습니다.

K 씨는 예전에 비슷한 제품이 식약처로부터 판매 금지 조치를 당한 적이 있단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소비자가 판매금지됐던 제품이 아니냐고 메시지를 보내자...소비자가 판매금지됐던 제품이 아니냐고 메시지를 보내자...

곧바로 판매자에게 연락해 성분표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한의원이 처방한 거라 알 수 없다는 무책임한 답변을 듣게 됐죠. 식약처가 판매 금지한 거 아니냐고 따졌더니 제품 이름만 같을 뿐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환불을 요구했더니 이미 처방이 끝나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름만 같다며 환불은 거절이름만 같다며 환불은 거절

이번엔 한의원에 연락해 성분표를 요구했습니다.
약을 처방했다는 한의사가 "성분표는 없다"며 "복용량을 줄이시라"고 했답니다.
 
제조했다면서 성분표는 없다는 한의원제조했다면서 성분표는 없다는 한의원

결국 소비자원까지 갔습니다. 

소비자원에선 "개인과 개인 간 거래엔 도움을 줄 수 없다"며 "비대면 처방은 불법이니 보건소로 연락하시라"고 했습니다.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보건소로 연락해보시라″위로의 말씀을 드리며...″보건소로 연락해보시라″

보건소는 뭐라고 했을까요?

"한의원이 만드는 제품을 관리 감독할 권한은 없다"고 했답니다.

K 씨처럼 '인스타 스타'를 믿고 샀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소셜미디어 판매는 믿고 거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죠.

소셜미디어 업체는 거래 때 결제 서비스를 따로 제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배상 책임을 빠져나갈 수 있었죠.

소비자원도 소셜미디어 거래에서 문제가 생겨도 업체와 소비자의 관계가 아니라 개인 간 거래로 보고 개입을 하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 알기도 어렵습니다.

제품 광고는 '소셜미디어 스타'가 했지만, 결제나 입금은 해당 소셜미디어 바깥에서 진행됩니다.

거래 경로를 여러 단계 거치다 보면 사업자 정보를 파악하기조차 어렵습니다.

판매자가 외국인인 경우엔 대놓고 사기를 당해도 소비자가 할 수 있는 건 해당 판매 계정에 쪽지를 보내거나, 불만글을 남기는 게 고작입니다.

판매자 입장에서 소셜미디어는 젊은 소비층이 계속 새롭게 들어오고 법의 규제도 덜 받고 마케팅 비용도 적게 드는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그럼 소비자는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계속 당하기만 해야 할까요?

공정위가 이달 입법 예고한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을 보면요.
 
지난 3/8 뉴스룸 기사 갈무리지난 3/8 뉴스룸 기사 갈무리

소셜미디어 업체에도 소비자를 보호할 의무를 지우겠다고 합니다.

개인 간의 '자발적 거래'라고 해도 피해 구제신청을 대행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거죠. 

분쟁이 생기면 신원정보를 제공하는 등 협조할 의무도 부과했습니다.
 
공정위 ″소셜미디어 플랫폼에도 책임지우겠다″공정위 ″소셜미디어 플랫폼에도 책임지우겠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에 직접적인 배상 책임을 지울 순 없더라도, 최소한 중재를 하거나
피해자가 민형사상 소송을 할 수 있게 판매 계정 정보를 줘야 한다는 겁니다.

광고료를 받는 만큼, 관리 책임도 있다는 거죠.

하지만 소셜미디어 거래가 상대적으로 법적 규제를 덜 받는다는 사실은 여전합니다.

'스타'도, '글로벌 소셜미디어'도 나를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걸 명심하고 신중하게 거래해야 합니다.

※'소-보루'는 5200만 소비자 권익을 위한 최후의 보루가 되겠다는 뜻을 담은 코너입니다. (소비자 피해 제보나 개선 의견 등은 정원석 기자에게 주십쇼! jung.wonseok@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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