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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보상금 열리는 나무?…공공택지, 농심 파괴 '묘목밭'

입력 2021-03-09 21:09 수정 2021-03-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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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신규 공공택지에 어린나무를 심어놓은 모습은 경기도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볼 수가 있습니다. 땅을 빌려 농사를 짓던 사람들이 나무 때문에 나가야 할 처지에 놓이기도 하고 아예 나무를 심어주겠다고 광고하는 업체도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은 정작 자신들도 모르게 투기 바람이 불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연지환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논과 밭이 줄지어 있는 마을.

신규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된 광주 산정지구입니다.

곳곳에 얇은 묘목들이 눈에 띕니다.

지난달 이곳 광주광역시 산정지구도 신규 공공택지로 선정이 됐습니다.

논과 밭이 대부분이었던 마을 곳곳에 이렇게 묘목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제 무릎 높이보다 살짝 낮고, 손으로 잡았을 때 굉장히 얇은 걸로 봐서는 어린 나무들입니다.

주민들은 심어진 지 얼마 안 된 나무들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A씨/주민 : 이제 심었어. 1월인지 2월인지. 고구마 같은 거 심고, 이런 거 안 심었어.]

[B씨/주민 : 가끔가다 보면. 어느 날 보면 이렇게 심겨 있고, 심어져 있고.]

올해 거래된 땅에도 이런 나무들이 심겨 있습니다.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난 2월, 그러니까 지난달에 거래된 토지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굴착기가 오갔던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잠시 아래로 내려가 보면요.

위성사진으로 봤을 때에는 초록빛을 띄는 땅이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발이 푹푹 빠지고, 흙도 붉은빛을 띠는 걸로 봐서는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무들로 보입니다.

[C씨/주민 : 고추밭이었지, 이게. 고추가 높이가 이 정도 됐었는데.]

근처 주민은 보상을 받기 위한 작업이 아니겠냐고 말합니다.

[C씨/주민 : 이게 개발되는 정보를 미리 알았던 사람들이었겠지. 이 마을 살아도 몰랐지 전혀.]

아예 논을 갈아엎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이 땅에는 아직 지푸라기가 남아 있는 걸로 봐서 논으로 쓰였던 땅인데요.

지금은 나무만 잔뜩 심어져 있습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봤더니 지난해 초까지 잠잠하던 이 지역 토지 거래량은 지난해 하반기 갑자기 늘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정작 토지를 임차해 농사를 짓던 주민들이 나가는 경우가 생기고 있습니다.

[D씨/주민 : 전부터 농사를 지었는데 택지 발표된 후로 경작을 못 하게 해요. 나무 심는다고.]

나무를 심거나 직접 농사를 짓겠다는 이윱니다.

[E씨/주민 : 경작하고 있는데, 왜 그러냐 하니까 자기가 한다 이거야.]

벌겋게 갈아엎은 땅, 등기를 확인했더니 지난해 소유주가 바뀌었습니다.

[F씨/주민 : 나무도 안 심어졌는데 엊그저께. 심어졌네.]

바뀐 주인 측과 연락해봤습니다.

"정보를 모른 채 노후를 위해 산 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난해 주인이 바뀐 또 다른 토지.

서울, 경기, 광주 지역 사람 세 명이 공동으로 소유했습니다.

이전 거래보다 3배 넘는 가격에 팔렸습니다.

[G씨/주민 : 지금 심어도 소용없는데 심는다고 그래서.]

[H씨/주민 : 작년에 팔았어. 집 떠나면 이사 가야지.]

지역 주민들은 사전 정보를 얻은 게 아니냐고 의심합니다.

[윤연상/광주 산정공공주택지구 주민대책위원장 : 발표일 하루 전에 하루 이틀 전인가 실제로 매매 행위가 형성됐고…]

또 다른 신규 공공택지 부산 대저동.

이곳에서도 묘목이 있습니다.

이곳에선 수년 전부터 개발 소문이 돌았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땅값이 오르내렸고, 나무 심기가 반복된다는 설명입니다.

[인근 묘목업체 : 신도시를 여러 번 발표했기 때문에요. 엄청나게 외부 사람들이 투자용으로 많이 해 놨어요. 그래서 공터마다 다 뭐 심어 놨어요.]

계획이 발표된 지난달, 이 지역도 거래량이 크게 늘었습니다.

[공사작업 관계자 : 아무 땅이나 사려고 하는 사람도 많고. 사고 묵혀 놓는 사람도 많고 그렇더라고요.]

아예 보상 땅 나무를 심어 준다고 광고도 합니다.

보상땅에서 묘목심기를 대행해주겠다는 제목의 광고가 인터넷에 올라와있습니다.

이 업체는 어떤 상황일지 직접 가보겠습니다.

업체 옆으로 촘촘한 묘목이 심겼습니다.

[묘목업체 : (광고를 인터넷에 보상 땅도 하신다고 하셨는데?) 보상 그래, 오면 하죠. 나무 심어달라고 하면 심어주고 나무 팔고 하지. 그게 업인데.]

심어달라면 심어주지만 투기하는 사람들인지는 알 도리는 없다고 합니다.

[묘목업체 : 전화를 해서 (하지). 누가 밑에까지 오겠어. 땅 투기하는 놈들, 돈 있는 놈들이 차 타고 여기까지 오겠나.]

공공택지로 선정된 지역 주민들 반응은 여러가집니다.

동네가 수목원이 되는 것 아니냐, 그렇게 되면 원래 농사 짓던 주민은 나가야 하는 것아니냐는 말도 있습니다.

투기 의혹 조사가 전국으로 번질 조짐입니다.

일부 보상을 노리는 사람들의 나무들, 끝까지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요.

(VJ : 최효일 / 영상디자인 : 김지연 / 인턴기자 : 조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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