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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부주의한 답변 사과…사명 다할 것" 사퇴론 일축

입력 2021-02-19 18:49 수정 2021-02-19 18:59

정치부회의 #청와대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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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청와대 발제

[앵커]

김명수 대법원장이 오늘(19일) "부주의한 답변에 사과한다"라는 공식 입장을 냈지만, 사퇴할 의사 없고 정치적 고려도 없었다는 그런 해명도 동시에 내놨습니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와의 검찰 인사 갈등으로 사의를 표한 신현수 민정수석이 이틀간의 휴가를 내고 숙고에 들어갔죠. 청와대가 이번 인사 갈등을 어떻게 수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관련 소식 신혜원 반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임성근 부장판사와의 녹취록 공개 후 '거짓 해명' 비판을 받아온 김명수 대법원장이 보름 만에 침묵을 깼습니다. 일반 국민들은 볼 수 없는 법원 내부 게시판인 코트넷에 '국민과 법원 가족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는데요.

김 대법원장은 "최근 국민과 법원 가족 여러분께 혼란을 끼쳐드린 일이 있었다"면서 "저의 부주의한 답변으로 큰 실망과 걱정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해당 법관, 즉 임 부장판사의 사직 의사 수리 여부에 대한 결정은 법규정을 고려한 판단이었을 뿐, 일각에서 주장하는 '정치적 고려'가 있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는데요.

최근 인터넷에서 쓰는 표현 중에 'ㅇㅇ의 적은 ㅇㅇ'이란 말이 있습니다. 과거에 했던 발언이 현재 발언과 정반대일 때, 즉 '자기모순적' 상황을 비판하는 표현인데요.

[김명수/대법원장 (지난해 5월 22일) : 법률적인 그런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여러 영향이랄까 그걸 생각해야 하잖아. 그중에는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되고.]

김 대법원장은 "제가 취임 이후 기울인 모든 노력은 '독립된 법관'에 의한 '좋은 재판'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그런 제가 정치권과의 교감이나 부적절한 정치적인 고려로 사법부의 독립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도 했습니다.

[김명수/대법원장 (지난해 5월 22일) : 더 툭 까놓고 이야기하면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 그치? 정치적인 그런 것은 또 상황은 다른 문제니까 그냥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다…]

거짓 해명 논란이 불거진 후,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 내부에서도 김 대법원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현직 판사들의 실명을 건 비판과 법학 교수학계, 전직 변협 회장의 성명이 이어졌습니다.

[전직 대한변협 회장 8인 공동성명 (음성대역) : 권력 앞에 스스로 누워버린 대법원장, 국민 앞에 거짓말하는 대법원장은 대한민국 헌정사의 치욕이다. 국민 앞에 사과하고 즉각 사퇴하는 것만이 공인으로서의 책무이며 우리 사법부를 살리는 길이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은 "저에게 부여된 헌법적 사명을 다하겠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사퇴할 뜻은 없다는 점, 분명히 한 겁니다.

[유상범/국민의힘 의원 (지난 17일) : 내놓을 생각이 없다고 그냥 단호하게 말씀하시는 걸로 봐서 '충분하게 심각성을 아직도 인식 못 하는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백혜련/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17일) : 우리 더불어민주당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방탄 국회를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말씀드립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경우는 국민들을 상대로 대국민 사과도 한 상태입니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한 뒤, 어제부로 휴가를 떠났습니다. 취임 후 채 두 달도 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신 수석이 언급한 '어려운 시기'는 지난해 극한으로 치달던 '추윤갈등'이 윤 총장 업무 복귀 및 추 장관 사퇴로 매듭지어지던 시점이었죠.

[2021년 신년 기자회견 (지난달 18일) : 윤석열 총장에 대해서는 그냥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다.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국민들을 염려시키는 그런 갈등은 다시는 없으리라고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검찰 출신인 신 수석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민정수석'을 맡아달라 제안했습니다. 두 사람은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청와대에서 직속상관과 부하로 첫 인연을 맺었습니다. 당시 검찰개혁과 측근 비리수사라는 난제를 함께 다루며, 업무를 넘어 인간적인 신뢰 관계를 두텁게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죠.

그런 신 수석의 사의를 표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경위야 어찌 됐든 검찰인사 주무수석인 자신을 배제시킨 서운함, 또 무력감이 컸기 때문이랑 해석이 나왔는데요.

갈등의 직접 당사자로 지목된 박범계 법무장관, 어제 "마음이 아프다. 계속 문 대통령을 보좌하길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박범계/법무부 장관 (어제) : 얼마든지 따로 만날 용의가 있고요. 우리 두 사람의 관계가 지금 만나고 안 만나고에 의해서 결정되는 그런 관계가 아닙니다. 참 오래된 관계기 때문에 제가 마음 아프다 이런 말씀을 드린 거고요.]

민주당은 "신 수석 거취 논란이 잘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습니다. 자칫 청와대와 검찰 갈등 시즌 2, 또는 청와대 내분으로 비춰질 수 있어 말을 아끼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신동근 최고위원은 "내부갈등이 이런식으로 노출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했습니다.

[신동근/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 간의 갈등이 여과 없이 언론에 공개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견으로 갈등이 있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갈등이 관리되지 않고 이런 식으로 언론에 버젓이 공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오늘 민주당 지도부는 청와대를 찾아 문 대통령과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코로나19 대책, 4차 재난지원금 등 여러 현안 논의 속에 신 수석 거취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낙연/더불어민주당 대표 : (신현수 수석 관련해서 이야기 나올듯한데…) 그렇지 않을 겁니다. 인사에 관한 문제를 다수가 모인 자리에서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요. 소수의 고위급 소통이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반대로 야당은 문 대통령이 직접 설명해야 한다며 공세를 폈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의사 결정 과정을 낱낱이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대통령은 걸론하지 말아달라"고 한 대목을 문제삼았습니다. 금태섭 전 의원 "대통령은 국정에 대해 설명하고 답할 의무가 있다. 대통령 책임 얘기만 나오면 화를 내던 박근혜 청와대와 뭐가 다르냐"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도 "대통령의 구름위의 존재냐, 직접 해명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 : 대통령은 치외법권 지역에 있는, 구름 위에 있는 신성한 존재라고 21세기 민주주의 국가에서 모시는 겁니까. 대통령이 재가하는 검찰 인사를 놓고 대통령은 거론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하는 자체가 국민 무시이고 오만불손의 소치입니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후보이던 시절 문 대통령은 당시 박근혜 정부의 김영한 민정수석이 김기춘 비서실장과 갈등을 빚고 사표를 쓰자 "비서실 기강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다"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들께 사과하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당시 김 수석이 직속 부하이던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에게 '패싱당했다'는 보도에 대해 "청와대는 위아래도 없는 '콩가루 집안'"의 긴급 성명을 냈죠.

[문재인/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2015년 1월 11일) : 이번 청와대 민정수석의 항명으로 드러난 기강 붕괴를 보면 지금 박근혜 정권에서 거듭되고 있는 국정 실패의 근본 원인이 청와대에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생각이 됩니다. 정상적인 상태가 아닙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국민들 앞에서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청와대는 "신 수석이 숙고 후에 돌아오길 희망한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미 청와대가 후임인사를 찾고 있단 이야기도 들립니다. 다음주 월요일, 복귀한 신 수석은 어떤 입장을 밝히게 될까요.

오늘 청와대 발제 정리합니다. < 김명수 "부주의한 답변 사과" 사퇴론은 일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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