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부산의 한 아파트 게시판에 '훈훈한 미담을 소개한다'는 글이 붙었습니다. 그 주인공은 이 아파트 경비원입니다. 지난 설날 1600만 원 넘게 든 돈 가방을 줍고는 바로 신고한 덕분에 원래 주인에게 돌려줄 수 있었다는 겁니다. 경비원은 한사코 사례마저 거절하면서 보내준 컵라면이면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구석찬 기자입니다.
[기자]
경비원 67살 김영근 씨.
설날 저녁 순찰 도중, 바닥에 떨어진 가방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경비 초소로 가져와 열어봤더니 돈뭉치가 들어있었습니다.
[김영근/경비원 : 1630(만원.) 그 많은 액수를 잃어버려 긴장이 많았을 텐데…]
곧바로 파출소에 신고하고 출동한 경찰에게 가방을 넘겼습니다.
다행히 가방 안에 주인의 연락처가 있어서 돌려줄 수 있었습니다.
돈은 슈퍼마켓을 하는 아파트 주민의 운영자금이었습니다.
경찰은 김씨에게 사례 규정을 설명했습니다.
관련법에 따르면 분실한 현금의 5~20% 정도를 습득한 사람에게 사례비로 줄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김씨는 한사코 사례를 사양했습니다.
그러자 가방 주인은 간식이라도 제공하고 싶다며 컵라면 20박스를 보내 왔습니다.
김씨는 보답은 컵라면도 족하다고 했습니다.
[김영근/경비원 : 아이고, 당연히 저는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음을 써준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죠.]
훈훈한 소식을 전해들은 주민들은 아파트 게시판마다 김씨를 칭찬하는 글을 붙였습니다.
[이돌분/아파트 주민 : 설 명절, 안 그래도 코로나19 때문에 우울한 그 마음들이었는데. 너무 우리 아파트가 따뜻해 보이고…]
마음을 담아 따로 기념하는 자리도 만들기로 했습니다.
[김원기/아파트 주민 : 표창도 하고 시상할 수 있도록 다 이야기가 돼 있습니다.]
아파트 경비원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주민들의 갑질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오는 요즘, 서로를 챙기고 보듬는 소식이 따뜻한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