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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내 집이 '주택' 아니라고?…'철거 통지' 날벼락

입력 2021-02-17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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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렵게 집을 마련해서 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철거하란 통지를 받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집이 주거용이 아니라 사무실 용도라거나 불법으로 개조됐다는 겁니다. 집을 계약할 때 아무 설명을 듣지 못해서 몰랐다고 해도 해마다 수백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할 위기에 처하기도 합니다.

밀착카메라 이예원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겉에서 봐도, 안에서 봐도 평범한 빌라입니다.

하지만 최근 구청에서 통지서가 날아왔습니다.

건축물이 사무실 용도이니 원상 복구하란 겁니다.

[박모 씨 : 10년 동안 주택인 줄 알고 살았고 모든 고지서에서도 주택용으로 계산돼 나오니까 (몰랐는데) 좌절감이 너무 많이 생기는 거예요.]

박씨가 사는 곳은 이른바 '근생빌라'입니다.

건축주가 근린생활시설 허가를 받고 그 이후에 취사 시설을 설치한 뒤 주택인 것처럼 판 겁니다.

이 빌라엔 총 20세대가 들어서 있습니다.

주거용 건물이라면 원칙적으로 주차 공간도 20개가 필요합니다.

한 번 세어 볼까요.

주차 공간이 16대용 뿐입니다.

장모 씨의 집을 포함해 4세대는 주거용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장씨는 위반 건축물에 더해 전세 사기도 당했습니다.

[장모 씨 : 빌라 갭 투기하신 분 집에 거주하고 있고, 가압류도 걸려 있고. 제 보증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강제경매를 한다 해도 근생이기 때문에 들어오는 사람이 없거든요.]

건축주가 주거 공간을 불법 확장한 경우도 역시 문제가 됩니다.

서모 씨 집의 문제점은 베란다입니다.

[서모 씨 : 제가 위반건축물, 불법 베란다 확장 이런 것까진 잘 몰라가지고. 그리고 부동산은 정상적인 매물을 보여준다고 당연히 생각하기 때문에…]

방 문을 열고 들어왔더니 안쪽에 문이 하나 더 있습니다.

안쪽으로 와보면 평범한 베란다처럼 보이는데요.

사실 불법으로 확장된 공간입니다.

만약 여길 철거하려면 세탁기부터 천장, 그리고 보일러까지 뜯어내야 합니다.

밖에서 보니 베란다 부분의 색깔이 묘하게 다릅니다.

일조권 확보를 위해 위층으로 갈수록 사선으로 지어야 하는데, 그 부분을 건축주가 메꾼 겁니다.

이런 '위반 건축물'은 적발이 되면 원상 복구를 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매년 수백만 원씩 이행강제금을 냅니다.

전세로만 살다가 처음 '내 집'을 마련했던 임모 씨 가족은 위반건축물 통지를 받고 필라테스 학원을 차리기로 했습니다.

평생 이행강제금을 낼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천만 원을 들여 한 달 동안 싱크대를 뜯고, 사업자를 내고, 기구를 들였습니다.

하지만 구청은 가벽과 바닥 난방이 남아있다며 허가해주지 않았습니다.

[임모 씨 : 주무관이랑 얘기해서 확인을 받고 업장을 준비했어요. 그런데 안 될 것 같다고 (입장을) 바꾸는 거예요.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졌죠.]

피해자들은 이런 건축물이 시세보다 싼 것도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최모 씨 : 테라스가 있다, 일조량도 좋고 생활하기에 조금 더 평이하다는 얘기까지만 들었고 저는 시세보다도 비싸게 산 케이스…]

이런 사연에도, 현행법상 지금 집 소유주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합니다.

위반 사실이 적발된 시점이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구청 건축과 담당자 : 저희한텐 차이 없죠. (불법을) 알든 몰랐든. 그건 계약을 하신 전 소유주랑 해결하셔야 하는 부분이니까.]

일부 피해자들이 구청을 상대로 낸 행정심판도 같은 이유로 기각됐습니다.

전문가도 현행법의 허점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안형준/전 건국대 건축대학 학장 : (건축주가) 편법을 써서 불법 건축물이 양산되고 있는 체제예요. 보다 더 강력한 제재, 형사적인 처벌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집을 계약할 때 위반건축물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임모 씨 : 불법 시설이다, 원상복구해야 한다, 이행강제금 이만큼 나온다 얘기했으면 전혀 들어가지 않았을 텐데.]

취재진이 상담을 받아보니 실제로 그랬습니다.

[A분양사무소 : (신축 빌라 있나요?) 지금 근생 남아 있어요. 이건 2억2500. (저희가 문제 될 건 없고요?) 거주하는 데 똑같이 자재 똑같고 구조 똑같고.]

문제는 있지만 잘 안 걸린다고 안심시키는 곳도 있습니다.

[B부동산 : 그게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신고할 경우인데. 신고할 수가 없죠, 거의.]

물론 상세히 설명하는 곳도 있습니다.

[C부동산 : 근생은 사시면 안 돼요, 절대. 그런 거 추천하는 데는 가지 마세요. 나중에 내가 비과세 혜택을 못 받아요.]

불법건축물 양성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안은 국회 계류 중입니다.

[서모 씨 : (일부 사람들은) 양성화는 불법이니까 기대감 심어주면 안 된다는 이유로 반대하는데 (황당해요.) 나라에서 사실상 방관했고 이 지경까지 온 건데. 피해자 구제는 대체 무슨 방법으로 해줄 거냐는 말이에요.]

피해자들은 오늘도 국회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작은 집 하나를 바랐던 마음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겁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가 없습니다.

이런 일을 방지할 대책은 없는지, 또 피해자들에게만 책임을 부과하는 현행 제도를 개선할 방법은 없는지 국회와 관련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을까요.

(VJ : 최효일 / 영상그래픽 : 김정은 / 인턴기자 : 한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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