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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판 '캐스트 어웨이' 33일간 생존…해상·육상 미국행 계속

입력 2021-02-1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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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지 않는 척박한 무인도에서 한 달 넘게 생존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카리브 해의 한 무인도에서 발견된 쿠바인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미국 해안경비대(USCG)는 현지시각 10일 트위터에서 "섬에 표류한 쿠바인 세 명을 구조했다"고 밝혔습니다.

쿠바인 남성 2명, 여성 1명은 5주 전쯤 보트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가 배가 전복됐습니다. 간신히 섬으로 헤엄쳐 왔지만, 사람이라곤 살지 않고 나무와 돌덩이만 가득한 곳. 이들은 코코넛으로 수분을 섭취하고 고둥과 야생 쥐를 먹으며 한 달 가까이 버텼습니다.

그러다 지난 8일 해안경비대가 이들의 깃발을 발견했습니다. 순찰에 나섰던 대원은 "섬에서 한 번도 깃발을 본 적이 없어 가까이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표류한 이들은 다가오는 헬리콥터를 향해 열심히 손을 흔들었습니다. 경비대는 우선 물과 음식, 무전기를 내려보낸 뒤 이튿날 다시 섬으로 와서 이들을 구조했습니다. 이들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심각한 부상은 없었다"고 합니다.

미국 해안경비대가 현지시간 10일 무인도에 표류한 쿠바인들을 헬기로 구조하고 있다. 〈사진=미국해안경비대 트위터〉미국 해안경비대가 현지시간 10일 무인도에 표류한 쿠바인들을 헬기로 구조하고 있다. 〈사진=미국해안경비대 트위터〉

이들이 표류했던 섬은 바하마의 앵길라 케이(Anguilla Cay)인데요. 미국 플로리다주 최남단 도시 키웨스트와 쿠바 사이에 위치한 작은 산호섬입니다. ABC 뉴스에 따르면 "이 일대는 쿠바 난민들 때문에 미국 해안경비대가 모니터하는 곳"입니다. 구조된 쿠바인들이 미국으로 향하던 중이라고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미국행 난민들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쿠바 난민들은 목숨을 걸고 미국행 보트에 오르고 있습니다. 미국 국경수비대에 따르면 지난달 초 쿠바인 12명이 직접 만든 엉성한 보트에 몸을 싣고 키웨스트에 도착했지만, 결국 쿠바로 강제송환 됐습니다. 바로 그다음 주에도 또 다른 쿠바인 7명이 미국 땅을 밟기 직전 보트에 탄 채 침몰됐다가 구조 후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2017년 오바마 정부 때 '젖은 발, 마른 발 (wet foot, dry foot)' 정책을 폐기했습니다. 미국으로 들어오려다 해상에서 붙잡힌 쿠바인들(젖은 발)은 돌려보내되, 미국 땅에 발을 들여놓은 이들(마른 발)은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게 혜택을 주는 건데요. 이 정책이 폐기돼 강제 송환 가능성이 커졌는데도 쿠바인들은 여전히 미국행 보트에 오르고 있습니다.

미국 플로리다주 키웨스트에 있는 '최남단 포인트(Southernmost Point)'. '쿠바로부터 90마일'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사진=이지은 기자〉미국 플로리다주 키웨스트에 있는 '최남단 포인트(Southernmost Point)'. '쿠바로부터 90마일'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사진=이지은 기자〉

해상에 보트 행렬이 있다면 육로엔 '캐러밴' 행렬도 있습니다. 중남미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의 이민자들이 빈곤에서 벗어나려 수천 킬로미터를 걸어 미국으로 향하는 건데요. 지난달 온두라스에서 출발한 8천 명가량이 배낭을 짊어지고 마스크를 쓴 채 캐러밴 행렬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미국에 도착하기 한참 전, 과테말라 군경의 최루탄과 몽둥이 앞에 대부분 발이 묶이거나 왔던 곳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코로나19와 굳게 닫힌 국경도 이민자들의 아메리칸 드림 욕구는 꺾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1월 17일 과테말라 군경이 중남미 이민자들의 캐러밴 행렬을 막아서며 최루탄과 몽둥이로 강경 진압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현지시간 1월 17일 과테말라 군경이 중남미 이민자들의 캐러밴 행렬을 막아서며 최루탄과 몽둥이로 강경 진압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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