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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도 울지 않는 아이…"오랜 학대에 '학습'된 모습"

입력 2020-12-24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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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린이집에서 일부 교사가 아이들에게 저지르는 일들, 아이들이 쓴 마스크가 벗겨질 정도이기도 했습니다. 저희가 요즘 잇따라 보도해드리고 있는데 아이들의 상처를 일단 가장 먼저 최대한 보듬어 주고 그리고 이렇게 보듬어줘야 할 아이를 더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이유입니다. 학대가 오래되면 아이들은 이렇게 변합니다.

먼저 배승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교사가 5살 아이 이마를 때립니다.

아이 다리가 번쩍 들릴 정도입니다.

움직이지 못하게 다리 사이에 두고 또 때립니다.

아이가 뭔가 말하자 코를 잡아 비틉니다.

울먹이자 사정없이 뺨을 때립니다.

맞아서 넘어져도 교사 앞으로 다시 갑니다.

손으로 막거나 피하지도 않습니다.

더 맞을까 봐 울지도 못하는 모습입니다.

옆에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연달아 7대를 맞고, 곧바로 색연필을 주워와 교사 앞으로 다시 갑니다.

마스크가 벗겨질 정도로 두 차례 뺨을 맞은 뒤에야 눈물을 훔칩니다.

이 모습을 지켜본 다른 아이들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교사가 나간 후에는 맞은 아이를 감싸줬습니다.

[오은영/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 과도한 통제는 그건 폭력입니다. 이렇게 봤을 때, 아이들이 꼼짝을 안 하고 있어요.]

가해 교사는 올 가을쯤 처음 때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오랜 학대에 길들여진 정황이 CCTV 곳곳에 남았습니다.

[오은영/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 완전히 꽁꽁 얼음 상태가 됐다거나, 아니면 꽤 오래 이런 것들을 쭉 경험을 해서 어느 정도 아이들이 이런 것에 정말 좋지 않은 '학습'이 됐다고 보는 거죠.]

경찰은 CCTV 영상 중 1/3가량을 분석해 20여 차례 학대 장면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CCTV 영상 분석이 끝나면 앞서 기각됐던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할 계획입니다.

■ 학대당한 아이들의 두려움·불안감…검사 보니

[앵커]

이 아이들이 느꼈을 두려움과 불안감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큽니다. 아이들이 밴드라면서 그린 가위표는 이런 신호였습니다.

이어서 정영재 기자입니다.

[기자]

대전 어린이집 5살 아이들의 심리 검사지입니다.

크고 긴 나무에 동그란 사과가 달렸습니다.

기둥에는 가위표를 잔뜩 그렸습니다.

아이는 가위표가 밴드라고 설명했습니다.

[이혜리/상담치료사 : 보통 자아를 표현하는 이 나무가 아프거나 죽거나 또는 상처가 나 있다고 표현하는 건 '내가 아프고 내가 다치고 위험해'라고 이야기를 하는 거거든요.]

매일 메고 다니던 가방에도 이 밴드가 붙어있었습니다.

신호를 계속 보냈던 겁니다.

집 주변에 뾰족한 가시 울타리도 그렸습니다.

[이혜리/상담치료사 : 집 같은 경우엔 사람과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욕구를 나타내거든요. 이건 관계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함을 표현한다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장난감 검사에서도 같은 행동을 보였습니다.

동물 장난감으로 어린이집 생활을 표현하는 놀이입니다.

선생님이라며 고른 동물은 코끼리, 하마, 상어 이빨이 날카롭거나 뿔이 있는 무서운 동물입니다.

[이혜리/상담치료사 : 나보다 큰 동물을 선택을 한다는 건 두려움이나 나보다 큰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동물에 비유하는 거거든요.]

선생님이 나타나면 다른 동물들을 칠판이나 방 구석으로 숨겼습니다.

치료사를 처음 만난 아이들은 자신을 때린 교사를 좋은 선생님이라고 말했습니다.

선생님이 아파서 오지 못한다고 말하고 나서야 무섭다고 털어놨습니다.

두려움과 불안감은 아이들 마음 깊숙이 자리 잡았습니다. 

(영상그래픽 : 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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