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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짧고 굵게 마시자' 더 강력해진 연말 술자리

입력 2020-12-22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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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2일) 밀착카메라는 줄지 않는 음주운전 얘깁니다. 얼마 전 저희가 보도해 드린 교통사고의 한 장면입니다.
차는 심하게 구겨졌고 운전자는 목숨을 잃었습니다. 가해 운전자는 회식에서 술을 마신 상태였습니다. 요즘은 밤 9시면 술집이 문을 닫다 보니 일부에선 '짧고 굵게 마시잔' 분위기가 생겼다고 합니다. 음주운전 사고가 지난해보다 더 늘었습니다.

밀착카메라 서효정 기자입니다.

[기자]

종잇장처럼 구겨진 차에 소방대원들이 달라붙어 있습니다.

만취 상태인 A씨가 몰던 벤츠 승용차가 앞서가던 경차를 들이받은 건 순식간의 일이었습니다.

사고가 났던 현장입니다.

추돌한 충격으로 피해차량이 난간에 와서 부딪힌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차에 타고 있던 40대 여성은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김선아/서울 상암동 : 가족들이 얼마나 억울하겠어. 화면으로 봐도 화가 나는데 당한 사람은 얼마나 억울하겠어요.]

A씨는 "지인들과 회식을 하고 가다가 졸음운전을 한 것 같다"고 경찰에 진술한 걸로 알려져 분노를 샀습니다.

정부는 지난 8일부터 전국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했습니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밤 9시 이후 술집들은 영업에 제한을 받게 됐습니다.

하지만 음주운전이 줄지는 않았습니다.

왜일까요.

수도권 확진자가 757명 나왔던 지난 18일, 밤 9시를 한 시간 남겨둔 시각입니다.

가게 안은 밥을 먹고 술을 마시는 사람들로 붐빕니다.

주문 마감을 알리자, 마음이 급합니다.

벨이 잇따라 울리고,

안주 주문이 이어집니다.

[2분 걸린대요. 바로 해다 드릴게요.]

마감시간 전에 '짧고 굵게' 빨리 먹자는 분위기가 생긴 겁니다.

[술집 주인 : (8시 넘으면) 시키는 양이 많이 늘어나긴 하죠. 한 시간에 한 병 드시는 분들은 30분에 한 병을 먹는다든지.]

경찰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했습니다.

[잠깐만 마스크 좀 내려주세요. 불지는 마세요. 감지 안 되셨습니다, 가시면 됩니다.]

제가 나와 있는 곳은 서울 강남의 한 도로입니다.

연말을 맞이해 음주운전 차량을 단속하는 것인데요.

오늘은 저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술을 먹고 운전대를 잡는지 한 번 같이 보겠습니다.

차에 넣으면 공기 중 알코올 입자를 감지하는 기계입니다.

[김지창/서울 강남경찰서 교통안전계 : 주변에서 술을 드신 분이 있다거나 향수라든지 그런 거에도 반응할 수가 있어서 저희가 다시 (직접 재는) 감지기로 확인을 하고 있습니다.]

강남의 다른 번화가에서도 음주 단속이 이뤄집니다.

단속 시작 5분 만에 음주운전자가 나옵니다.

[내리세요. 저쪽으로 가세요.]

친구들과 소주 반 병을 먹었다고 주장합니다.

[윤경재/서울 강남경찰서 교통안전계 : 반 병 드셨으면 (운전) 하시지 마셔야지.]

혈중알코올농도 0.077%.

음주운전에 대해 변명도 해봅니다.

[A씨/음주운전 면허 100일 정지 : 대리운전 불렀다가 늦는다고 해서 주차타워에서 차를 빼다가 그냥 '아, 이 정도면 갈 수 있겠다' 싶어서…]

진술서를 적는 동안, 한 명이 더 적발됩니다.

다가가는 취재진을 막아섭니다.

[B씨/음주운전 동승자 : 이렇게 찍으시면 안 되실 것 같은데? 이거는 개인의 일인 거잖아요? (도로교통법을 어긴 게 개인의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동승자도 역시 술을 마셨습니다.

[B씨/음주운전 동승자 : (선생님도 혹시 약주하셨어요?) 같이 마셨어요.]

음주 운전을 방조하면 동승자도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멀리서부터 술냄새를 풍기는 이 남성,

[윤경재/서울 강남경찰서 교통안전계 : 맥주 한 잔 하신 수치는 아니네요. 취소 수치 한참 넘었습니다.]

면허 취소 수준입니다.

[C씨/음주운전 면허취소 : (이렇게 술을 드시고 운전하시면 어떻게 해요?) 바로 앞에서 왔는데 안 되죠, 예.]

코로나19 이후 음주운전 사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늘었습니다.

[윤경재/서울 강남경찰서 교통안전계 : 코로나19로 인해서 음주단속을 안 한다는 점을 생각들을 하기 때문에…]

이렇게 면허가 취소된 사람들은 다시 운전대를 잡을 수 있을까.

교육장 앞에서 면허 취소자를 상대로 학원 홍보가 한창입니다.

결격 기간 동안 마음고생이 심했겠다고 위로하며 빠르게 면허를 다시 취득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면허취소자 대상 학원 : 가장 쉬운 면허시험장으로 저희가 모시고 가는 거죠.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쉬운 도로주행 코스예요.]

결격 기간 1년에서 2년 정도는 무면허 상태지만, 다시 교육받고 면허를 받을 수 있는 겁니다.

통계를 살펴봤습니다.

음주로 면허 취소 후 다시 취득하는 사람 2015년에 15만 명.

이 가운데 14%가 다시 음주 단속에 걸리거나 사고를 내고, 11%가 또 취소됩니다.

음주운전 한 번을 하면 6시간 교육, 세 번엔 16시간 교육만 받으면 됩니다.

다시 면허를 손에 쥐고, 또 운전합니다.

그래서 면허를 다시 주는 기준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용대/도로교통공단 교수 : 교육뿐만 아니라 제도적인 거라든지 처벌 수위 강화라든지 그런 게 좀 더 추가되면…]

음주 운전자가 면허를 다시 받고 도로로 나오는 사이, 차는 폐차장으로 갑니다.

[김명진/인천 폐차사업소 부장 : 이 정도면 거의 죽어요. 100% 사망사고. 우리도 작업하기 힘들어요. 끔찍하죠. 일일이 재활용하고 해야 되는데 어떻게 해요 이거…끔찍해요.]

지금 이 시각에도 아직 술잔을 들고 계신 분들 있으신가요?

한 잔 마셨다고, 마신 뒤 몇 시간 지났다고, 운전대 잡을 생각하면 안됩니다.

이렇게 사고로 폐차장에 들어온 차량들처럼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인생도 철저히 부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상취재 : 조용희 /  VJ : 서진형 / 영상디자인 : 홍빛누리 / 영상그래픽 : 김정은 / 인턴기자 : 황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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