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머니의 죽음 끝에, 노숙인이 된 아들의 사연에는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많은 과제들이 담겨 있습니다. 저희 취재진은 아들 최모 씨가 석 달간 노숙 생활을 했던 지하철역을 다시 찾아서 어머니가 숨진 뒤 집을 나온 최씨가 어떻게 지냈는지 확인했습니다. 사회복지사를 만날 때까지, 나흘간의 모습이 담긴 CCTV 기록을 입수한 겁니다. 어머니 죽음을 알리려 했던 그의 앞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지만, 아무도 그 외침을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이자연 기자입니다.
[기자]
발달장애인 최씨는 어머니를 잃은 뒤 석 달간 이곳에서 노숙 생활을 했습니다.
저희는 최씨가 그간 어떻게 지내왔는지 알아보기 위해 인근 CCTV를 찾아봤습니다.
사회복지사 정미경 씨를 만나기 직전, 나흘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렵게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오고 가는 사람들 속에서도 여전히 고립된 채, 혼자였습니다.
최씨가 집을 나와 자리를 잡은 곳은 집에서 불과 1km 떨어진 이수역 앞이었습니다.
집을 나오면서 챙겨온 짐은 가방 두 개가 전부입니다.
한참을 서성이던 최씨, 자리를 펴고 앉습니다.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냅니다.
'어머니가 5월 3일에 돌아가셨다, 도와달라'.
어머니 김씨의 죽음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습니다.
몇 시간을 쪼그려 앉아 있던 최씨, 음료수를 꺼내 듭니다.
최씨가 그날 먹은 건 음료수 한 병뿐입니다.
[인근 상인 : 그냥 앉아만 계셨어요. (식사는 어디서 하시던가요?) 그건 전혀 모르고 그냥 왔다 갔다 하면서…]
그렇게 나흘째 이수역 앞을 지키던 최씨에게 한 여성이 다가갑니다.
사회복지사 정미경 씨입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나흘 치 영상에서 유일하게 말을 걸었던 인물입니다.
이번 일이 알려지면서 최씨는 긴급복지대상자가 됐습니다.
매달 생계비 45만 원이 나오는데, 이것도 내년 5월까지입니다.
이후 최씨가 어디로 가게 될진 아직 정해진 게 없습니다.
(영상디자인 : 배장근 / 영상그래픽 : 김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