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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노인보호 없는 노인보호구역…'실버존을 아시나요'

입력 2020-12-09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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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9일) 밀착카메라는 '실버존', '노인 보호 구역'에 대한 얘기입니다. '어린이 보호 구역', '스쿨존'만큼의 주목을 받진 못하지요. 지정된 구역이나 쓰이는 예산도 훨씬 적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교통사고로 숨진 보행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57%가 65세 이상 노인입니다.

해마다 늘고 있지만 그동안 '실버존'은 달라진 게 있는지, 정원석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기자]

요즘 운전을 하면서 어린이보호구역을 지나가면 일단 내비게이션부터 스쿨존에 진입했다는 걸 알려줍니다.

스쿨존 주변엔 이처럼 과속단속카메라가 설치된 경우도 많아서 무시했다간 큰코다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운전자들의 경각심의 수준은 크게 높아졌습니다.

그렇다면 노인보호구역은 어떨까요?

경기도 수원 광교신도시의 한 도로.

실버주택과 노인요양병원이 있어서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됐는데, 한산한 길을 차들이 쌩쌩 달립니다.

[김길호/주민 (70세) : 한 60㎞/h로 달리고 그런 차가 많이 있어요. 오토바이들이 또 밤에는 굉음을 내서 그냥 80~100㎞/h로 막 달리는 것 같아요.]

당연히 노인보호구역도 어린이보호구역처럼 속도를 제한합니다.

골목길 같은 이면도로는 시속 30km.

4차로가 넘는 큰 도로는 원래 속도인 50~60km로 달려도 됩니다.

대신 예산을 들여 무단횡단 방지 펜스를 설치해야 하는데, 이곳은 그 대신 제한 속도를 낮췄습니다.

속도제한표시가 시속 60km였다가 30km로 바꾼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노인보호구역 속도 치곤 너무 빠르다는 민원 때문이었는데요.

주변에 단속카메라가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이를 지키는 운전자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노인보호구역은 어린이보호구역과 달리 사고를 내도 처벌이 무거워지지 않습니다.

[옥순남/주민 (75세) : 그냥 쏜살같이 와. 별별 운전자들 다 있어. 여기 경찰이 어디서 어딜 봐 보기는. 그런 것 없어. 본 일이 없어. 우리가 얼른 피하는 것뿐이지.]

노인보호구역에서의 불법 주정차는 어린이보호구역처럼 과태료가 2배이긴 합니다.

하지만, 과태료가 무색하게 도로변은 차들이 점령하기 일쑤입니다.

노인복지회관이 있는 종로구 이화동도 예외가 아닙니다.

[A씨/불법 주정차 : 세워 봐야 몇 분 안 세우거든요. 공영주차장 갖다 대고 어떻게 물건을 어떻게 내렸다 올렸다 합니까…]

[B씨/불법 주정차 : 잠깐 기지개 켜려고 내린 건데 안 되나요? 어린이보호구역 같은 경우에는 위쪽에 큼지막하게 있잖아요. 근데 노인구역은 못 본 것 같아서…]

주민들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금순/주민 : 위험해요, 굉장히 위험해요. 아휴 여기 무슨 전쟁 난 것 같아. 이제 차 댈 데 없고 댈 데가 있어도 돈 많이 들고 하니까…]

한때 노인 교통사고가 많기로 악명을 떨쳤던 서울 청량리 도매시장 앞입니다.

계속된 문제 제기로 지금은 도로 위에 노인보호구역 표시와 함께 시속 50km 속도제한도 생겼는데요.

도로 주변으로 노인보호구역 표지판도 달려 있습니다.

초록불이 3~4초밖에 남지 않았는데, 걸음을 재촉하는 노인들.

신호가 바뀌면서 차들 사이 보행자가 갇히기도 합니다.

상대적으로 걸음이 느리고 반응이 빠르지 않은 노인들이 오가는 전통시장 주변에선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교통지도를 하는 사람도 드뭅니다.

[이형철/상인 : 이제 경찰들도 나오고 공익복무요원들도 나오는데, 힘이 없어요. 건너오다 보니까 신호가 바뀌었잖아요. 그러면 그게 무단횡단이 아니잖아요.]

[이평안/상인 : 노인네들이 잘못이지. 신호가 끝나도 가고 안 떨어져도 가고 그러니까…막 나가려고 하잖아.]

이러는 사이 길을 건너다 교통사고로 숨지는 노인 비율은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심과 지원은 크게 부족합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 어린이보호구역이 만6천여 곳이었는데, 노인보호구역은 천9백여 곳만 지정돼 있었습니다.

내년 정부 교통약자 안전사업 예산 2165억 원 가운데 2천억 원 가까운 돈이 어린이보호구역 개선에 쓰이고, 노인보호구역 예산은 60억 원에 그쳤습니다.

녹색 신호가 아닌데 사람이 도로와 가까워지면 경고하는 스마트 건널목입니다.

서울 중구의 한 전통시장 앞에 설치돼 있는데요.

길을 건너기 전에 한 번 더 조심할 수 있게 해줍니다.

노인 교통사고 피해가 급증하는 만큼 이런 장치를 적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운전자들의 배려겠죠.

(VJ : 박선권·서진형·최효일 / 영상디자인 : 김충현 / 인턴기자 : 한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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