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전원자력연료에서 가스가 새서 작업을 하던 5명이 다치는 사고가 넉달 전에 있었습니다. 작업노동자의 실수로 결론이 났는데 작업자 가운데 1명이 얼마전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이 작업자가 쓴 노트에는 거짓말하는 게 두렵다는 글이 적혀있었습니다.
고인이 두려웠다는 거짓말이라는 게 무슨 의미인지 정영재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넉 달 전 한전원자력연료에서 우라늄 가스가 샜습니다.
작업자 5명이 다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두 달 만에 사고는 작업노동자의 실수로 마무리됐습니다.
그런데 당시 작업자였던 김모 씨가 지난주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김씨의 책상에선 노트 한 권이 발견됐습니다.
사고 이후 느낀 감정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거짓말하는 게 두렵다 스트레스가 쌓인다 죽고 싶다"
누군가 거짓말을 강요했고 그래서 힘들다는 겁니다.
[김모 씨 여동생 : 잠을 못 잔다, 어떨 때 잠잘 때는 식은땀이 나기도 한다. 이런 얘기들을 부모님한테도 하고 상당히 많이 고통스러워하고 있구나…]
회사 측은 진술을 강요하거나 숨기려 한 적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김씨 휴대전화에서 나온 녹음 파일 속 대화는 달랐습니다.
안전기술원의 두 번째 조사 하루 전, 김씨가 임원 2명과 나눈 대화입니다.
[한전원자력연료 임원/녹취 : (밸브) 교체했냐, 안 했냐 이건 우리는 모르고 우리는 사무실에서 대기하라고 해서 대기했다. 애매한 질문 나오면 일단 모른다고 얘기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거짓말을 못 한다는 고인의 호소도 담겨 있습니다.
[김모 씨/녹취 : 그런 건 떨려서 말을 못 하는데 거짓말 같은 거는요, 그냥 모르겠다고 하면 안 되나요? 사무실에 없었기 때문에?]
밸브 교체 작업 중 일어난 사고였지만, 숨기려고 한 걸로 추정됩니다.
실제 최초 조사에서도 노동자 모두 작업을 하지 않았거나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다 작업자 1명이 교체 작업이 있었다고 말을 바꾸면서 사건이 마무리됐습니다.
녹음 파일 속 한 임원은 김씨가 자신의 담당 부서원이 아니어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회사 측은 밸브 교체 작업이 있었단 사실을 뒤늦게 알았고 당시 재조사해 제대로 보고했다고 해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