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외치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는 건 일을 하다가 목숨을 잃었는데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현실인데요.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추락해 숨진 한 노동자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금 재판이 진행중이고 건설사에서는 숨진 노동자에게 안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법원에 낸 문서에서 의심이 드는 부분이 발견됐습니다.
서준석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지난해 작업 도중 추락해 숨진 아버지, 그러나 목격자나 CCTV, 블랙박스조차 없었습니다.
남은 건 숨진 아버지의 작업복뿐.
하지만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았습니다.
[정석채/숨진 노동자 아들 : (하청업체 건설사 대표가) 우리가 죽인 건 아니지 않냐. 우리가 죽였냐.]
결국 관리감독 소홀을 이유로 건설사인 경동건설과 건설사 임원 등이 형사 재판에 넘겨졌지만, 건설사는 숨진 정씨에게 안전 책임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법원에 낸 문서가 바로 '관리자 감독 지정서'입니다.
안전관리 등에 대한 교육과 지도 등 일체 업무를 정씨가 맡는다고 써 있습니다.
그리고 문서 아래 담긴 정씨의 자필 서명과 사인.
[정석채/숨진 노동자 아들 : 아무리 봐도 아버지 필적이 아니길래…지읒 자도 그렇게 쓰셨던 분이 아니고 시옷 자도 그렇게 쓰셨던 분이 아닌데…]
여권에 기록된 필체와 비교해 문서 감정을 해보니, 이 서명은 정씨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 정씨의 서명을 사후에 위조했다고 의심되는 상황인 겁니다.
이에 대해 경동건설 측은 "정씨가 속한 하청업체에서 받은 문서"라며 책임을 하청에 돌렸고, 하청업체는 연락을 피했습니다.
[하청업체 관계자 : (혹시 담당자와 통화할 수 있을까요?) 없습니다.]
해당 건설사의 법적 책임을 묻는 법원의 선고는 다음 달에 내려질 예정입니다.
(영상디자인 : 최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