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먹고 살기 위해서는 이런 검은 먼지도 먹어야 하는 것인지 밥벌이란 무엇인지, 모든 사람들을 씁쓸하게 만든 사진이죠.
정영재 기자가 사진 속 노동자들을 만나 그들의 거창하지 않은 요구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검은 먼지로 뒤덮인 얼굴. 마스크 자국 사진 속 주인공은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 있었습니다.
정문 앞에 양쪽으로 늘어선 사람들.
나흘 전부터 파업 중인 자동차 엔진 공장 외주업체 노동자들입니다.
작은 현수막을 들고 머리의 띠를 두른 남성이 사진 속 인물 31살 최해령 씨입니다.
마스크를 벗은 모습은 사진 속 모습과 사뭇 달랐습니다.
자동차 엔진 공장에서 일을 시작한 지 2년 가까이 됐습니다.
최씨는 그간 열악한 작업 환경에 힘들었다고 말합니다.
[최해령/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외주업체 노동자 : 검정색 모래가 엄청 많이 비산되거든요. 그래서 불을 비춰놔도 먼지 때문에 앞도 잘 보이지 않고 숨도 막히고 이런 부분이 있어서…]
두 달 전부터 바뀐 마스크가 성능이 떨어져 회사 측에 항의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그 사이 월급도 더 줄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최씨와 50여 명의 노동자가 일하는 곳은 엔진 부품을 만드는 공장입니다.
철골 사이를 헤치고 좁은 구멍으로 들어갑니다.
컨베이어벨트에 올라 손으로 모래를 퍼냅니다.
검은 분진에 앞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한번 다녀오면 온몸이 먼지투성이가 됩니다.
김용균 씨가 숨진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를 보고선 최씨는 남 일 같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최해령/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외주업체 노동자 : 그 사건을 TV로 전해보고 비슷한 현장 어떻게 보면 같은 설비를 만지는 같은 또래 사람으로서 주변 동료가 떠나가는 듯한 슬픔을…]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일하던 외주업체 노동자 150여 명은 오늘(13일) 하루 파업했습니다.
그들의 요구는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김기현/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외주업체 노동자 : 맨손으로 하기 힘드니까 장갑을 좀 더 좋은 거로 구해줘라 했는데도 그거를 1년 내내 그 이상으로 얘기해도 회사는 묵묵부답이고요.]
[김재한/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외주업체 노동자 : 공구를 안 사주고 처우 개선 저희가 바라는 건 작은 건데 그거마저 안 들어주니까 저희가 힘들어서 이렇게 하는 겁니다.]
회사 측은 바뀐 마스크도 성능 기준이 같았고, 사흘 전부터는 다시 기존 마스크를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화면제공 : 금속노조 현대차 전주공장 비정규직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