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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코로나 직격탄' 맞은 마을버스…발 묶인 시민들

입력 2020-11-03 21:28 수정 2020-11-03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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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작달막한 마을버스는 골목 구석구석까지 길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누비죠. 지하철과 시내버스가 닿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서민의 발이 되곤 했습니다. 한때 서울에서만 하루에 110만 명 넘는 사람들이 이 버스를 이용했는데요. 요즘은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운행이 어렵다'는 안내문을 내건 마을버스를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밀착카메라가 어떤 사정인지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정원석 기자입니다.

[기자]

모두 10좌석이 있는 아담한 사이즈의 버스, 예상하셨겠지만 동네를 오가는 마을버스입니다.

지하철이나 큰 시내버스가 들어오지 못하는 이런 마을 골목까지, 대중교통 최후의 보루죠.

이렇게 '시민의 발'을 자처하는 마을버스가 최근 운행이 어렵다고 하는데 어떤 사정인지 지금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지하철역과는 거리가 떨어진 서울 명륜동의 골목길.

길이 좁아 마을버스 정류장 표지판을 설치할 공간도 마땅치 않습니다.

일반 버스가 들어올 수 없는 좁은 골목 구석구석을 돌며 승객들을 태우고, 경사가 심한 고갯길도 오릅니다.

[양안건/주민 : 버스 없으면 저의 경우 아마 이사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일단 지하철이 너무 멀어서요. 언덕이 있어서 너무 힘든 것 같아요.]

이 동네에서 21년간 마을버스 회사를 운영한 이승재 대표는 최근 직접 버스를 몰고 승객을 나릅니다.

그동안 시 지원금 한 번 받은 적이 없을 정도로 탄탄했지만, 올해 코로나19 위기로 승객이 급격히 줄며 회사 사정이 급속히 나빠졌습니다.

올해만 수억 원대 은행 빚을 지게 됐는데, 더 이상 버티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승재/마을버스업체 운영 :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은 요금 인상밖에 없어요. 워낙 코로나 때문에 힘들기 때문에 달리 방법이 없어요. 시급도 많이 올랐고 다른 모든 차량 가격이라든가 안 오른 게 없잖아요. 6년째 안 오르면 감당할 수 없어요.]

지난 2004년 마을버스가 교통환승체계로 편입되면서 생길 수 있는 적자 폭은 시에서 지원해왔습니다.

서울시 지원금은 지난해 190억 원.

올해 추경까지 더해 350억 원으로 늘었지만 코로나19로 승객이 40%씩 줄면서 업체당 돌아가는 지원금이 오히려 부족해진 겁니다.

구청 등에 일부 지원을 하라고 했지만, 의무가 아니라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결국 운행 횟수를 줄이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서울 평창동을 오가는 종로6번 마을버스입니다.

운행까진 30분이나 남아 있어 계속 발길을 돌리는 주민들이 생겨나고 있는데요.

운행 대수를 1대로 줄여버리면서 배차 간격도 30분에 한 대로 늘어난 데다 승객이 드문 낮 시간 일부는 아예 운행을 안 하고 있습니다.

운행 횟수와 시간이 다 줄어버리면서 시민들 불편도 늘었습니다.

[김성현/주민 : 동네 특성상 워낙 높은 지대에 있기 때문에 이게 없으면 많은 사람이 불편할 수 있어요. 다 차를 갖고 다니는 건 아니니까…]

기사들의 삶도 불안해졌습니다.

[이태성/마을버스 기사 : 서울시에서 (보조금) 나오면 봉급이 지급되는 거고, 안 나오면 늦어질 수밖에 없고. 회사는 경영 어렵다고 하지 보조금도 잘 안 나오지. 4일을 더 쉬고 있어요. 8일씩 쉬어요.]

지하철과 시내버스가 깊숙이 들어가지 않지만 노인 인구가 많은 금천구.

[서성교/마을버스 기사 : 장애인분들이 많이 타세요. 어르신들, 연세 많이 드시고… 네다섯 사람 태울 것을 그분 기다려서 (시간이 오래 걸리죠.)]

마을버스 운행이 어려워 불편하기보단 차라리 요금을 올리더라도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임종성/학생 : 적자가 난다고 그래서, 그런 면에서는 요금을 좀 올려도 괜찮을 것 같아요.]

[김재희/주민 : 여기는 아주 산골이더라고. 이거 없으면 안 돼. 세금을 더 내든지 하여튼 뭘 하든지 마을버스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문묘자/주민 : 정부에서 보조금을 대서라도 여기 운영이 돼야지. 노인네들 많이 사는데 어떻게 하라고, 여기 최고로 낙후된 지역인데.]

올해 지하철과 시내버스에 투입될 재정지원은 2조 원으로 추정됩니다.

[이승재/마을버스업체 운영 : 대중교통이면 지하철, 버스는 준공영제도 하고 완벽하게 재정 지원을 하는데 마을버스는 완전히 소외된 것처럼 느끼는 거죠.]

[김기용/마을버스업체 운영 : 월급도 지금 쪼개주고 있어요. 지난달에 100만원 주고 며칠 전에 50만원 줬어요. 250만원 되는데 100만원을 아직 못 주고 있어요.]

마을버스는 교통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공공성이 강한 건데요.

정작 지하철이나 시내버스처럼 재정 지원을 하진 않습니다.

지금처럼 경영난이 계속되면 버스회사가 운행편을 줄이는 걸 막을 순 없습니다.

결국 시민들이 불편을 고스란히 떠안는 상황이 될 겁니다.

(VJ : 최진 / 인턴기자 : 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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