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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노란색에 노이로제"…'옐로우시티' 장성의 이면

입력 2020-11-02 21:38 수정 2020-11-02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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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남 장성군이 마을에 노란색을 입히는 색다른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관광 상품을 개발해서 좋은 반응도 있지만, 노랗게 하는 데에만 너무 치중하다 보니 괴롭단 주민들도 있고, 자연을 해친다는 논란도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밀착카메라 서효정 기자가 가봤습니다.

[기자]

과수원에 노란 과일이 달렸습니다.

멀리서 보면 배 같기도 하고, 가까이서 보면 열대 과일 같습니다.

다른 지역 사과들과는 달리 이곳 장성의 사과는 노란색입니다.

색깔마케팅의 일환으로 황금사과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30여 개 농가에서 10월 중순부터 공식출하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없어서 못 파는 정도라고 합니다.

마을에 있는 농원에서도 노란 나무들이 자랍니다.

[이용헌/농원 관계자 : 보편적으로 장성군에 '옐로우시티' 해서 가로수로 많이 활용하고 있고요.]

수년째 장성의 화두는 노란색입니다.

올해는 색채 마케팅 덕을 톡톡히 본 한 해였습니다.

[김현민/농원 관계자 : 아무래도 밀고 있는 사업이다 보니까 홍보도 많이 되고 사람들이 호기심에 더 많이 사드시는 것 같아요.]

장성군으로 진입하는 도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옐로우게이트입니다.

옐로우게이트를 지나면 본격적인 노란 풍경이 시작됩니다.

가로등도 노란색이고, 버스도 노랗습니다.

각종 벽화거리가 만들어지고 꽃들도 만개하면서 관광객들은 신선하다는 반응입니다.

[이지영/광주광역시 산정동 : 코로나 때문에 계절에 대한 그런 게 없었는데 가을이 꼭 봄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그러네요.]

노란색 마케팅은 장성군의 젖줄인 황룡강에서 시작됐습니다.

지난 2018년 낡고 오래된 마을과 주차장에 색을 입히고, 지난해 9월엔 인도와 간판 정비사업으로 색을 통일시켰습니다.

철도역과 경찰서 같은 공공건물은 물론, 달리는 버스와 정류장까지 도시는 노란색으로 물들었습니다.

올해 초부터는 민간건물에 대한 지원사업도 시작했습니다.

노란색을 사용하면 비용을 최고 40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식입니다.

[이홍길/A숙박업소 주인 : 5월, 6월에 (군에서) 두 차례씩 왔다 간 것 같아요. 어떻게 칠하면 이쁠 것인지 그런 것을 보러.]

확실히 노란색에 호의적입니다.

[이홍길/A숙박업소 주인 : 칠한 지가 얼마 안 되니까 깨끗하고 나 같아도 환하고 밝으니까 좋은 것 같아요.]

[B숙박업소 주인 : 나도 군민인데 그럼 군에 협조하는 마음으로 칠했지. 장성군에서 살려면 협조를 해야지.]

하지만 모두가 기뻐하는 것은 아닙니다.

[카페 주인 : 예를 들어서 아파트 있잖아요. 똑같은 노란 색깔로 칠한 거예요. 아파트가 특색이 없는 거예요, 그냥 같은 아파트로 보이고.]

노란색으로 칠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오는 상황,

[김춘식/장성시민연대 대표 : 군청에서 노란색 무조건 넣으라 그랬다는 거예요. 노란색을 안 넣으면 준공이 늦어진다 이런 이야기가 있어서…]

군청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합니다.

노란색으로 해주길 권고했지만 불이익 같은 건 전혀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최근 일각에선 색채 마케팅이 너무 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수령 60년 안팎의 편백나무 250만여 그루가 이렇게나 울창한 숲을 만들었습니다.

장성 치유의 숲이라 불릴 만큼 산림욕을 하러 오는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데요.

하지만 최근 휴양단지를 조성하겠다고 하면서 일부 산을 깎아내고 나무를 베어내고 펜션 단지를 조성했습니다.

산림욕을 목적으로 오랜 시간 만들어진 숲을 훼손하고 있는 겁니다.

[공사 관계자 : 뭐 특히 문제가 된다거나 (그런 건 없어요.) 설계라든가 도면이라든가 그런 거로 공사를 하는 거니까. 저희가 작위적으로, 인위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고요.]

관광객들은 아쉬운 마음을 드러냅니다.

[관광객 : 나무들이 많이 있는 게 좋아서 오니까. 공기랑 그런 것들이 좋은데 도대체 왜 공사를 할까 의구심은 있어요. 뭐 때문에 이런 목적을 가지고 할까.]

번화가를 조금 벗어나 봤습니다.

한적한 마을길에도 드물게 노란색 집들이 보입니다.

새로 조성하는 마을에도 노란색 지붕이 올려졌습니다.

그런데 군청에서 근무하던 한 직원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6월까지 군수에게서 노란색으로 지붕을 칠하라고 강요받았다고 주장합니다.

500만 원을 들여 지붕 색을 바꾸자 처마에도 색을 입히라는 지시가 이어졌고, 결국 사직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A씨/전 장성군 계약직 공무원 : 군청 나온 뒤로 노란색 다 갖다 집어다 버렸어요. 노란색 옷이며, 연필이며 전부 다 갖다가 버렸고…]

지금은 인권위 진정에 대한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A씨/전 장성군 계약직 공무원 : 노란색은 제가 생각했을 때 집중을 해야 하는 색이에요. 너무 많은 곳에다가 쓴다면 주의의 역할을 하는 곳과 분리가 되지 않아서 다소 산만해지기도 하고요.]

군청에선 옐로우시티 조성을 위해 누구에게도 강요한 일이 없다고 했습니다.

[전남 장성군청 관계자 : 권고할 수는 있겠죠, 홍보하는 차원에서. '이런 사업 있는데 해보지 않을래?']

펜션단지의 경우, 안전도와 색깔 문제를 주민과 전문가 견해를 참고해 보완해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색채마케팅으로 작은 마을에 활력을 불러오는 것은 분명 바람직해 보입니다.

하지만 과도하게 추진된다면 탈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주민들의 다양한 개성이 존중될 때 오히려 진정한 '옐로우시티'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요.

(VJ : 서진형 / 인턴기자 : 주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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