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히는 작업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귀금속을 다듬는 곳입니다. 1m 남짓의 간격을 두고 CCTV를 설치했습니다. 20명이 일을 하는데 CCTV는 35대입니다. 귀금속을 분실할까 봐 이랬다고 합니다. 일하는 사람들은 작업복을 갈아입을 때도 감시를 받고 있다고 호소합니다. 보석은 지키겠지만, 인권은 잃을 수 있습니다.
김태형 기자입니다.
[기자]
천장 가득히 CCTV가 설치돼 있습니다.
1미터 남짓 간격으로 줄지어 있습니다.
기둥에도 형광등 옆에도 모두 CCTV입니다.
이곳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귀금속 세공 작업장입니다.
이곳에 설치된 CCTV는 모두 35대.
일하는 노동자 20명보다 많습니다.
[A씨/주얼리 업계 노동자 : 직원이 아니라 맨날 감시 당하는 느낌이에요. 잠재적 범죄자 같은 기분으로 일을 하고 있어요. 확대하면 문자메시지까지도 확인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또 다른 작업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천장에 CCTV가 다닥다닥 설치돼 있습니다.
한눈에 봐도 10개가 넘습니다.
업주는 모든 CCTV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받습니다.
귀금속 분실을 막기 위해 설치했다는 게 업주 입장인데, 노동자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김정봉/주얼리 업계 노동자 : CCTV가 너무 많아서 사진을 찍었는데, 사업주가 부르더니 '너 그거 왜 찍은 거냐'. 5초도 안 되는 사진 찍는 시간을…]
노동자들은 이곳에서 옷도 갈아입어야 합니다.
[김정봉/주얼리 업계 노동자 : 작업복을 환복할 수 있는 공간이 없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CCTV 아래서 바지를 못 내리겠더라고요.]
노동자들은 할당된 귀금속 양과 중량을 매번 기록하는데, CCTV로 감시까지 받는 건 지나치다는 입장입니다.
종로 귀금속거리에 있는 세공 업체는 700여 개, 노동자 수는 6000여 명입니다.
이 가운데 약 80%는 고용보험 혜택도 못 받고 있습니다.
[김정봉/주얼리 업계 노동자 : 이게 제가 받은 월급봉투입니다. 이렇게 현금으로 받고 하다못해 4대 보험을 들어달라고 해도 해주지를 않습니다. 정당하게 일하고 왜 근로계약서조차 쓰지 못하고 일해야 되나…]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귀금속 업계 노동자의 인권침해에 대해 인권위에 진정할 계획입니다.
(영상그래픽 : 김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