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금 보시는 건 태풍 '하이선'이 몰아칠 때 부산에서 높은 빌딩 사이로 불던 바람입니다. 바람의 세기를 재다가 다급하게 저렇게 신호등을 붙잡기도 하지요. 이렇게 건물 사이로 휘몰아치는, 이른바 '빌딩풍'이 얼마나 셌는지 보여주는 영상을 입수했습니다.
구석찬 기자가 보여드립니다.
[기자]
도로를 통제 중인 경찰이 화들짝 몸을 웅크립니다.
가로수가 뽑힐 듯 흔들리고 우산도 아예 펼칠 수 없습니다.
태풍 마이삭이 부산에 가까이 다가온 지난 3일 새벽 1시 해운대 마린시티입니다.
당시 해운대 앞바다에 분 강풍은 초속 23.4미터.
그런데 마린시티는 초속 36미터, 101층 높이 엘시티는 초속 47.6미터에 달했습니다.
태풍 하이선 때도 비슷했습니다.
물대포 같은 압력의 비바람에
[조심해! 숙여! 숙여!]
기둥을 간신히 붙잡고 풍속을 측정합니다.
역시 고층빌딩이 밀집한 곳에서 바람의 세기는 두 배가 됐습니다.
건물 사이로 휘몰아치는 이른바 빌딩풍입니다.
총 맞은 것처럼 유리창 수십 장이 깨지는 등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피해 아파트 주민 : 불안하죠. 그래서 (앞으로) 친척집에서 잘까 그런 생각도 하고 있어요.]
빌딩풍이 투석기 역할을 한 사실도 처음 확인됐습니다.
[권순철/부산대 빌딩풍 연구팀 교수 : 이전 태풍과 달리 돌이 날아가서 유리를 때리는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 통유리에 돌이 박혀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영국과 일본 등에선 건물 사이에 방풍스크린을 세우거나 건물 신축 때 바람 구멍을 내는 등 대책을 마련 중입니다.
전문가들은 빌딩풍을 재해환경영향평가에 넣는 것부터 시작해 우리나라도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최석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