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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세부대책 없는 마스크 의무화에 '혼란'

입력 2020-08-25 21:17 수정 2020-08-25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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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마스크를 꼭 쓰도록 하는 행정명령이 여러 지역에서 내려지고 있습니다. 마스크 잘 써야 하는 건 당연히 알지만 좀 더 잘 지켜지려면 어떤 게 더 필요할지 밀착카메라가 둘러봤습니다.

없어서 못 쓰는 사람들은 없는지, 어색해서 대충 넘기는 순간들은 없는지 연지환 기자가 담았습니다.

[기자]

새벽 6시가 조금 넘은 시각, 고물상 쪽으로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이른 새벽부터 폐지를 줍고 팝니다.

[2300원. 최고 많이 한 거야. 이게.]

얼굴엔 때가 탄 마스크를 걸치고 있습니다.

하루 12시간 넘게 폐지를 줍습니다.

하지만 마스크 구하긴 쉽지 않습니다.

[박광명/서울 방이동 : 이거 해서 하루에 마스크 몇 개도 못 사는데, 하나나 두 개 사겠지, 뭐.]

여러 번 나눠 쓰길 반복합니다.

[박광명/서울 방이동 : 한 개 가지고 며칠씩 써요. 까맣게 더러워지면 안 쓰고. 끈이 끊어지면 안 쓰고.]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자 여러 지자체에서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놓고 있습니다.

과태료 내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게 무겁게 다가옵니다.

[박광명/서울 방이동 : 100원도 없는데, (과태료) 물 돈이 어딨어요. 죽으면 그만이지. 근데 죽어도 제대로 아들들도 잘 못 보고 죽으니까.]

공적마스크 제도가 종료된 지금,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상황이 걱정입니다.

[김경태/서울 마천동 :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면서. 그거로 생활하거든. 생활하기도 빠듯해요. 사 쓰기도 곤란하고. 동에서도 어떨 때는 주는데…]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구할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김경태/서울 마천동 : 써야죠. 오죽하면 벌금 얘기까지 나오겠어요. 요즘은 마스크 지원하는 데 별로 없어요. 먼젓번에는 줬어요.]

현재로서는 지원이나 기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김경태/서울 마천동 : 이거요? 사용하고 걸어둔 거예요. 빨아서 쓰게 되면 쓰려고.]

마스크 의무화가 확대되는 상황. 시민들을 만나봤습니다.

익숙하지 않거나, 애매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노말순/경기 수원시 매탄동 : 실내는 무조건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애매한 게 먹을 때, 그때는 저도 좀 애매하다고 생각은 해요.]

경기도의 한 식당, 마스크를 쓴 채 음식을 기다리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박종운/식당 운영 : 정부 방침은 이해하지만, 실질적으로 식당은 음식을 먹는 곳인데. 식사하실 때는 벗고 가실 때 마스크 끼고 세정하고 그게 맞다…]

카페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슬아/카페 운영 : 좀 불편하긴 하더라도 최대한 협조를 해야 되지 않나. 솔직히 조금 난감하죠. 말씀 중에 계속 써달라 말씀드려야 되는데.]

실외는 어떤 상황일까.

이번 마스크 의무 착용 행정명령에서는 실내뿐만 아니라 실외에서도 마스크를 꼭 착용을 해야 합니다.

집회나 공연 등 다중이 모일 수 있는 실외라는 조건이 붙어있긴 한데요.

하지만 이 또한 아직 세부적인 규정은 없는 상황입니다.

사람이 많은 전통 시장은 실외입니다.

잘 쓴 사람도 있지만, 마스크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도 눈에 띕니다.

[시장 상인 : 지금 밥 먹느라고 벗었어요. 번거로워도 해야죠.]

쓰는 건 동의하지만 강제성에 대한 의견은 갈립니다.

[박영남/시장 상인 : 안 쓰는 사람들은 다 이기주의자들이지. 마스크 밑에 걸어놓고 가도 그것도 안 쓴 거나 마찬가지야. 벌금 내야 되는 거야.]

[시민 : 강제적으로 하는 것보다 시민들이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그런 길을 해야지. 마스크를 조금씩 지원해준다든가.]

시민들도 모호한 상황에서 공공기관은 어떤 모습일지 관찰했습니다.

행사가 진행 중인 국회 의원회관에선 마스크 쓰지 않은 사람이 보입니다.

마스크를 아예 안 쓴 사람도 오갑니다.

의무화가 시작된 이 날, 국회에선 상임위 등 여러 회의가 열렸습니다.

TV를 통해 마스크 안 쓴 모습이 방송되면서 항의 전화도 잇따랐습니다.

[A의원실 관계자 : (회의가) 방송이 됐는데 마스크 안 쓴 의원들 모습이 나가니까 국민들이 그걸 보고 마스크 왜 안 쓰냐 그렇게 항의를 한 거예요. 그걸 갖다가 (시민을) 정치 혐오론자로 몰아버리니까…]

발 빠르게 의무화를 한 경기도청에서도 마스크 안 쓴 사람이 눈에 띕니다.

아예 벗고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근처에 있는 시청의 점심시간.

마스크를 손에 들고 다니고, 담배를 피우며 나오기도 합니다.

아직 사회 곳곳이 적응해 가는 가운데 10곳 넘는 시도가 마스크 의무화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깜깜이 전염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현재로서 가장 확실한 예방은 개인이 마스크 착용을 철저히 하는 겁니다.

지자체들이 잇따라 마스크 의무화를 내놓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혼선과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대책을 꼼꼼하게 마련해야 방역의 약한 고리가 더 단단해지지 않을까요.

(VJ : 박선권 / 인턴기자 : 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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