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밀착카메라] 코로나에 멈춘 수해복구…힘겨운 이재민

입력 2020-08-24 21:24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코로나19가 다시 빠르게 퍼지면서 비 피해를 입고 복구 작업이 한창이던 남부지방도 비상입니다. 임시 대피소들이 문을 닫았고 자원봉사자들 발길마저 끊겼습니다.

폭우에 폭염에 이젠 코로나까지 견뎌야 하는 이재민들을 밀착카메라 홍지용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역대 가장 긴 장마에 기록적인 폭우로 곳곳에서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섬진강 인근 전남 곡성 지역에도 10년 만에 이재민이 나왔습니다.

전남 곡성의 한 면사무소에 나와 있습니다.

이재민들이 이곳 2층을 임시 주거시설로 사용했는데요.

지금은 근처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잠시 문을 닫았습니다.

지금 이재민들에게 나눠주기 위한 생수들만 남아있는 모습 보실 수 있습니다.

수해 복구 작업도 멈췄다는데요.

바로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이재민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대신 마을회관에서 생수와 쌀, 라면과 밥솥 등 생필품 배급을 시작했습니다.

[정기문/전남 곡성군 오지리3구 이장 : 코로나 때문에 자원봉사도 못 하고 개개인이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기는 다 들어오고 있습니다.]

생필품을 손수레에 싣더니,

[우리 집에 좀 가봅시다. 벽이 다 허물어져서 들어가지를 못해, 흙집이라.]

기자와 함께 5분간 수레를 끌고 도착한 집.

장판과 벽지는 온데간데없습니다.

불을 때서 집 안을 말리고 있습니다.

뜨거운 열기가 가득합니다.

혼자 지낼 수 없어 아들이 찾아왔습니다.

[유덕순/이재민 : (아들이) 소고기 넣어서 미역국 끓여서 오고. 반찬 이런 거 해 갖고 오고.]

오곡면엔 이런 이재민이 수십 명 더 있습니다.

수해를 입은 집 앞에 나와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오시면 시멘트 바닥이 장판 없이 그대로 나와 있는 모습 보실 수 있습니다.

이쪽을 보시면 침대 위까지 물이 차오른 흔적이 벽면에 고스란히 남아 있고요.

에어컨과 선풍기를 틀어서 냄새를 빼고 있지만 쉽지 않습니다.

건너편 방으로 와 보실까요.

밑에 신문지를 여러 장 깔아놨는데요.

그렇지만 바닥의 시멘트 냄새가 워낙 심해서 제가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강성욱/이재민 : 날이 너무 더우니까 사람이 처져요. 어쩔 수 없이 냄새 감안하고 (밥) 먹고 그래요.]

집이 마른 뒤에야 장판을 깔고 도배를 할 수 있어, 적어도 1주일은 더 기다려야 합니다.

강 건너의 전북 남원 금지면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제방이 무너져 통째로 물에 잠겼던 마을, 여기저기 철골만 앙상하게 남아 폭삭 주저앉은 비닐하우스가 보입니다.

거리에는 적막감이 감돕니다.

남원 금지면 문화누리 센터 앞입니다.

100명 넘는 이재민이 지금도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는데요.

저희 취재진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근처를 다녀간 자원봉사자가 코로나19 확진자로 드러나면서,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입니다.

광복절까지 매일 1000명 정도 찾아오던 자원봉사자들이 50명대로 줄었습니다.

이재민에게 주는 급식의 방식도 바꿨습니다.

남원시는 다른 지자체에서 오는 자원봉사자를 받지 않기로 했고, 봉사 단체들도 계획을 취소하고 있습니다.

이재민들은 코로나19 확산세가 걱정입니다.

[(임시 주거시설에) 자리가 없어서 차에서 4~5일 지냈어요. 어디 가질 못해요. (확진자) 하나 오면 우리 전부 다 수재민인데 하나 걸려버리면…]

수해 피해지역에서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자 인접해 있는 구례도 타격을 입었습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아 대피소 문을 닫은 곳들이 속출했습니다.

결국 대피소에서 나온 뒤 무너진 집 옆에 텐트를 친 이재민 가족도 있습니다.

잔해를 걷어내는 중장비 옆의 텐트가 위험해 보입니다.

[낮에는 쓰레기 치우고, 밤에는 텐트에서 자고. 밥은 (마을)회관에서 먹고 있어요.]

구례군은 다음달까지 이재민들에게 조립식 임시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재민이 많아 얼마나 혜택을 받을진 명확하지 않습니다.

[박창민/전남 구례군 자원봉사자 : 너무 일손이 부족하죠. 일이 어렵다 보면 사람이라도 붙어야 하는데. 만약 구례에 (코로나가) 전파되면 솔직히 일손을 거의 놔야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해로 삶의 터전을 잃은 수재민들은 일상으로 파고든 코로나19 감염 위기로 또 다시 생존의 기로에 놓였습니다.

언제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지 기약 없는 상황에 수재민들의 시름이 한층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인턴기자 : 주하은)

관련기사

폭우 피해 복구 못 했는데…태풍소식에 속 타는 이재민 코로나에 멈춘 수해 복구 작업…폭염까지 '이중고' "재난지원금, 피해 복구에 턱없이 부족"…수해민 '막막' 수해 복구 구슬땀…급류에 쓸려간 소, 60㎞ 밖서 발견돼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