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코로나19로 무기한 휴궁에 들어간 서울 고궁에 관객 대신 의외의 손님들이 나타났습니다. 텅 빈 고궁에선 너구리가 머리를 내밀고, 오리가 산책합니다.
문 닫은 궁궐의 일상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풍경, 강나현 기자가 보여드립니다.
[기자]
먼지떨이와 대걸레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이, 광화문 현판이 걸린 문루에서 내다본 도심은 딴 세상입니다.
1961년, 경복궁관리소가 생기고 나서 두 달 가까이 문을 닫은 건 처음이지만 매주 한 번씩, 쉬는 날 하던 궁궐 대청소는 변함없이 이어집니다.
왕의 위엄을 상징하는 어좌도 꼼꼼하게 닦아냅니다.
밤낮으로 관광객이 몰리던 고궁이 텅 비자, 또 다른 손님이 나타났습니다.
한낮에 종묘 연못가를 거닐던 너구리 가족, 엄마를 따라 점프를 시도해 보지만 아기 너구리에겐 아직 벅찹니다.
[정명환/종묘 관리소장 : 왕래를 하다 보니 동물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요즘은) 관람객이 다니던 곳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왜가리 같은 새도 가끔 들어오고.]
사람과 마주칠까 쏜살같이 숨어버리던 다람쥐와 고라니도 궁궐과 왕릉 여기저기를 신나게 누빕니다.
드라마 촬영지로 멀찍이서 사진 찍기 바빴던 창덕궁 후원도, 특별관람 때만 잠시 들어가 볼 수 있던 낙선재 뒤뜰도 '랜선 관객'들에게 활짝 문을 열었습니다.
찾는 이의 발길이 잠시 끊어진 사이 궁궐은 조용히 숨을 고르며 다시 문 열 그 날을 기다립니다.
(화면제공 :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영상그래픽 : 박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