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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하준이법' 시행 1주일…현장선 "그게 뭐죠?"

입력 2020-07-01 21:03 수정 2020-07-01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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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차장법 개정안 이른바 '하준이법'이 시행된 지 일주일 정도 됐습니다. 비탈길에 주차할 때 차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고임목을 꼭 둬야하는데요. 잘 되고 있는지 밀착카메라가 돌아봤습니다.

이선화 기자입니다.

[기자]

3년 전 당시 네 살배기 하준이가 사고를 당했던 서울랜드 주차장입니다.

당시 경사진 주차장에서 차량이 미끄러지면서 사고를 당했던 건데요.

이 사고를 계기로 아이의 이름을 딴 '하준이법'이 발의가 됐습니다.

주요 내용은 경사진 주차장에 고임목을 설치하거나, 비치하는 걸 의무로 한 건데요.

지난달 25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이 때문에 이 보관함 안에 고임목이 비치되어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곳곳에 안내 문구가 쓰여있고, 방송도 쉴 새 없이 나옵니다.

[고임목으로 고정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현장에선 아직 낯선 분위기입니다.

[A씨/운전자 : (여기 고임목 비치함이 있더라고요.) 전혀 몰랐어요.]

비탈길에 있는 서울의 한 공영주차장, 역시 고임목을 사용하라는 현수막이 붙어있습니다.

설치한 차량이 한 대도 없습니다.

화물차나 트럭에도 아무런 장치가 없습니다.

고개 윗부분으로 올라와 봤습니다.

언뜻 경사가 심하지 않아서 평지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그런데 물병을 바닥에 놓으면 제 쪽으로 가속도가 붙어서 굴러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육안으로 보기에 심하지 않아서 그런지, 여기 주차되어있는 대형 버스를 보면 바퀴 어느 곳에도 고임목을 대놓지 않았고, 바퀴 방향도 정면을 향하고 있습니다.

[버스기사 : 여기요? 여기는 그렇게 경사가 안 져서 괜찮은데. (하준이법에 대해서) 그건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뭐죠?]

고임목이 관리사무소 안에 있는 까닭에 아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가져가버려서, 밖에 두지도 못합니다.

[주차관리요원 : 내놨는데 그날 바로 없어져서. 아, 놔두면 안 되겠구나. 누가 가져가는지 모르죠. 밖에 놔둘 수는 없어요, 현실적으로.]

그나마도 아예 없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서울의 또 다른 경사진 주차장입니다.

고임목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곳은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입니다.

한눈에 봐도 경사가 심한 도로인데요.

그런데 길가에 세워져 있는 차량 20여 대 차량 중에서 핸들을 꺾어놓거나 이처럼 바퀴 뒤에 돌을 대놓은 차량은 단 두 대밖에 없었습니다.

관리하는 구청에 물어봤습니다.

[구청 관계자 : 전혀 지금 안 되고 있는 상태예요. 왜냐하면 어느 경사도까지 저희가 판단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이게 명확한 기준이 없어요, 사실상.]

앞으로는 고임목을 설치하거나 비치해두지 않은 주차장은 불법입니다.

기존 주차장도 12월 26일까지 구비해둬야 합니다.

하지만 고임목 설치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택배기사 : (빨리) 움직여야 되니까. 택배기사가 별도로 하고 다니는 사람은 과연 몇 퍼센트나 될까 싶은데. 회사 자체적으로 교육 같은 게 필요하죠.]

무엇보다 홍보가 부족해 바뀐 제도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김재이/서울 전농동 : 아니요. 처음 들어보는데요.]

[홍성만/서울 답십리2동 : (하준이법이라고 들어보셨어요?) 하순이법? (서준이법, 서준이법이라고 있잖아?) 몰라요, 난 뭔 소리인지.]

[B씨/운전자 : 지금 법 자체를 처음 듣는 거고요. 잘 모르죠, 일반인들은. 운전자분들은 저뿐만 아니라 거의 모를 거예요. 그래서 민식이법하고 거의 비슷한 거예요?]

당장 지자체 담당 부서에서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A구청 관계자 : 무슨 법이요? (하준이법이요.) 하준이요? 저도 옆에 팀이지만 생소한 이야긴데.]

[B구청 관계자 : 아, 학교 부근에. (학교 부근은 민식이법 같고 그거 말고요.) 하준이법은 그거랑 또 다른 건가요?]

경사진 주차장이라는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토교통부는 미끄러질 수 있는 곳은 모두 포함된다고 답합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 : 조금이라도 미끄러지면 미끄러지는 거고요. 노면이 미끄러워서 그런 경우도 있고요. 기상적인 요인도 좀 있고. 다 현장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지자체에서 모른다고 해도 법이 시행됐고.]

그러는 사이 비탈길 옆을 지나다니는 주민들은 걱정스럽습니다.

[C씨/주민 : 비탈져가지고. 여기가 이렇게 주차되어가지고 사고가 나고 그랬거든요. 사고 나가지고 다리가 저려요.]

[조현순/서울 청량리동 : 위험해요. 저기 있다가 차가 굴러오면 애들이 뒤에 있다가 다치든가. 어른도 마찬가지고, 그렇죠?]

이미 시행된 하준이법, 알고 있는 시민도 많지 않고 단속기관의 준비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제도가 자리를 잡지 못했지만, 운전자들이 먼저 참여하는 건 어떨까요?

(VJ : 박선권 / 영상디자인 : 박성현 / 인턴기자 : 이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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