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제(20일)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을 밝힐 과거사법이 통과됐죠. 국회 앞에서 3년 가까이 천막 농성을 해온 피해자 한종선 씨는 오늘 천막을 걷었습니다.
유한울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천막에 앉아봅니다.
한평 남짓한 이곳에서 보낸 날이 927일입니다.
권위주의 정부 시절 대표적인 인권 유린 사건인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그 피해자 한종선 씨는 감회에 젖습니다.
[한종선/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 저 전봇대 너머의 저 세상은 과연 어떤 세상인가… 저 전봇대를 바라보면서 생각한 게 되게 많아요.]
천막을 걷을 수 있게 된 것은 과거사법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입니다.
7년째 표류 중이던 법안의 처리를 촉구하며 피해자들은 의원회관 지붕에까지 올라야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법안 통과 순간 한씨를 덮친 것은 웃음이 아닌 눈물이었습니다.
[한종선/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 법안 통과하는 데 30초도 안 걸렸다고 하잖아요. 이렇게 버티는 것이 어떤 의미였을까 생각하면 되게 힘들고 괴롭고…]
그래도 어젯밤에는 자축의 맥주도 한 모금 했습니다.
농성을 시작한 이래 처음입니다.
[한종선/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 옛날에 마셨던 술은 되게 썼어요. 그런데 어제 마셨던 술은 쓰다기보다는 달았고, 목구멍을 씻어내는 듯한 느낌…]
하지만 농성을 접는 심정이 편하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과연 진상조사가 잘 될까, 불안한 마음이 남아서입니다.
[한종선/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 수용소 관련돼 있는 그 문제를 축소하기에는 양이 너무 방대해서 (소관) 상임위를 별도 설치해 달라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문재인 대통령도 오늘(21일) 페이스북에 형제복지원 사건을 언급하며 진실만이 아픔을 위로할 수 있다고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