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제(3일) 뉴스룸에선 보험사들이 보험사기 의혹을 이유로 가입자들의 일상생활을 무차별로 몰래 촬영하는 실태를 전해드렸습니다. 그런데 보험사들이 보험사기로 판단하는 기준은 바로 자사 자문의의 소견서입니다. 문제는 이 자문의들이 정작 환자는 한번도 보지 않고, 보험사 자료만 가지고 판단한다는 것이죠. 보험사로부터 수억 원을 받고 1년에 1800장이 넘는 소견서를 써주는 자문의도 있습니다.
정해성 기자입니다.
[기자]
팔 골절로 신경 일부를 손상한 박모 씨가 DB손해보험에 보험금을 청구한 건 2017년.
그러자 보험사 측은 박씨 출근길부터 카페, 식당까지 따라다니며 몰래카메라를 찍었습니다.
이후 보험사는 박씨 몰카 영상과 함께, 자사 자문의 소견서를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영구장애가 아닌 점차 나을 수 있는 한시장애라고 판단한 겁니다.
그런데 해당 보험사 자문의는 익명으로 소견서를 냈을 뿐만 아니라, 박씨를 만난 적도 없습니다.
[박모 씨/DB손해보험 고객 : 보험사에선 저를 만나지도 않고 소견을 낸 보험사 자문의의 의견만 가지고…]
지난해 손해보험사들이 자사 자문의에게 의료자문을 맡긴 사건은 6만 7천여 건.
이 중 보험사가 자문의 소견을 근거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줄인 건 28%에 달했습니다.
[이세라/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 : 자문을 의뢰하는 보험사가 자기 입맛에 맞는 의사에게 줄 가능성이 높아요. 그래야 지출되는 보험금이 줄어든다는 거죠.]
실제 국내 한 대형병원 교수는 지난해에만 9개 보험사에 1800장 넘는 소견서를 써주고 3억 5천만 원을 받았습니다.
[전재수/의원 (국회 정무위원) : 1년에 1800건이면 하루에 몇 건입니까? 보험사들의 이익을 지켜주는 안전판 역할을 하는 거죠.]
최근 법원에서도 보험사 자문의 소견서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입자들이 소송까지 가기도 쉽지 않습니다.
[김주호/참여연대 민생팀장 : 변호사를 선임해서 3년, 4년, 그 이상 걸릴 수도 있는 민사소송을 개별적으로 치러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은 보험사들이 자문의 실명을 공개하거나, 가입자의 상태를 판단하는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영상디자인 : 이창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