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아파트나 호텔을 지으려면 건물의 높이와 규모에 대해 반드시 자치 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교통과 환경 등 주변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죠. 그런데 최근 경기도 용인시 담당 공무원들이 아파트 수백 세대의 증축을 무단으로 허가해 준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주민들은 난개발로 고통받고 있는데 비리 의혹이 제기된 공무원들은 징계도 받지 않고 부서만 옮겼습니다.
김재현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용인의 한 신축 아파트입니다.
2012년 개발 당시 용인시와 시행사가 협의한 아파트 설계도입니다.
단지별로 14층부터 35층까지 계단식으로 지어질 예정이었습니다.
일조권과 조망권 등 주변 환경을 고려한 설계였습니다.
그런데 완공된 아파트에서는 계단식 디자인이 사라졌습니다.
층수도 23층에서 36층으로 대부분 올라갔습니다.
[인근 주민 : 원래 계획대로 있는 것보다 자꾸 층수가 높아지기 때문에 우리가 이상해서 건설사에 물어보고 용인시에 물어봐도 '아무 이상이 없다'.]
결국 인근 주민들이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공익감사를 청구했습니다.
지난해 말 1년 만에 나온 감사보고서입니다.
용인시가 환경영향평가나 추가 심의 없이 시행사의 사업 변경을 승인해줬다고 돼 있습니다.
애초 이 아파트 2개 단지의 최대 용적률은 각각 250%와 220%.
하지만 용인시는 시행사 요청에 관련 절차 없이 4차례에 걸쳐 290%까지 올려줬습니다.
용적률은 아파트 1층 바닥면적과 건축물 전체 바닥 면적의 비율을 뜻합니다.
용적률이 커질 수록 건물을 더 높게 지을 수 있어서 건설사의 수익과도 직결됩니다.
용적률 변경으로 1단지 112세대, 2단지 243세대 등 모두 355세대가 절차없이 추가로 지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시행사가 벌어들인 이익은 1043억 원.
도로 확장 등 관련 대책도 없었습니다.
감사원은 용인시 도시개발과 담당 공무원 5명 중 3명에 대해서는 중징계를, 나머지 2명은 징계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인사고과에 반영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시행사를 위해 고의적으로 용적률을 변경해, 주민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끼친 혐의입니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 중징계 요청 공무원 일부는 부서만 옮긴 채 근무 중입니다.
파면 요청이 내려진 한모 팀장은 재난관리팀으로,
[휴가 가서 5월 8일에 오세요.]
정직을 요청한 팀장과 과장은 각각 구청 건설도로과와 시청 도시정책과로 옮겼습니다.
[우천제/용인시 자치행정실장 : 용인시의 인력 여건상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수사가 진행되고 그 결과에 따라서 징계를 조치할 계획입니다.]
최근 검찰 수사에서는 해당 시행사가 담당 공무원의 부모 명의 부동산을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사준 혐의도 포착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시행사 측은 담당 공무원들이 먼저 특혜를 제안했을 뿐, 금품이 오가지는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김충현·최석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