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얼마 전 퇴사한 카이스트의 행정 직원이 학교 서류 등을 위조해 컴퓨터 수십억 원 어치를 외상으로 사들인 뒤 중고 업체에 되팔다가 붙잡혔습니다. 피해자들을 속이기 위해 1인 2역을 하고 학교 도장도 가짜로 만들어 썼습니다.
서효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납품 계약서 아래쪽에 카이스트 산하 연구센터 소장 이름의 도장이 찍혀 있습니다.
카이스트 전 행정직원 김모 씨가 만든 가짜 도장입니다.
진짜와 모양이 다르지만, 무심코 봤을 땐 구별하기 쉽지 않습니다.
김 씨는 이 도장으로 계약서를 꾸며 올해 초 컴퓨터 판매 업체 24곳에서 컴퓨터 수백 대를 사들였습니다.
대학 측이 컴퓨터를 대량 구매한 것처럼 사기를 친 것입니다.
그러고선 28억 원 가량을 떼먹었습니다.
컴퓨터는 중고 매매업자 등에게 되팔았습니다.
김 씨는 이미 지난해 말 카이스트를 그만 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도 피해 업체들을 대학 안으로 불러 감쪽같이 속였습니다.
[김휘수/A피해업체 대표 : 김OO 씨가 항상 열어줘서. 신분증 항상 소지하고 있었고…]
사기 수법은 점점 대담해졌습니다.
김 씨는 돈이 안 들어와 불안해하는 업체들에 상급자가 연락을 할 거라고 했습니다.
[김모 씨/카이스트 전 직원 (지난 1월 피해업체와 통화) : 실장님께서 한번 연락 주신다고 했는데 받으셨나요? (네, 문자 주셨어요.) 아, 한국에 안 계셔가지고…]
이후 행정실장이라는 사람이 전화를 걸어 곧 입금될 거라며 업체를 안심시킵니다.
[행정실장 (지난 1월 피해업체와 통화) : 돈이 조금 늦게 들어갈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언제까지 기다려봐야 하죠?) 6시 전으로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행정실장은 이미 2년 전에 퇴임했습니다.
[곽모 씨/전 카이스트 행정실장 : (업체들이랑 실장님께서 통화하신 적 있으세요?) 아무도 없어요. (그러면 문자를 남기거나 죄송하다고, 결제가 늦어진다고… 그런 건 아무것도 없고 저는 2017년 2월에 퇴직을 했어요.]
김 씨가 행정실장인 척 1인 2역을 했던 것입니다.
[피해업주 B씨 : (행정실) 밖에서 쳐다보고 있는데 다른 전화로 받고 있다고. 행정실장이라고 하면서.]
독촉이 심해지자 김 씨는 컴퓨터 대금 중 7000만 원가량을 대학 측 법인카드로 결제했습니다.
대학 측이 카드 결제 내역을 일일이 확인하기 힘든 점을 노린 것입니다.
[카이스트 관계자 : '컴퓨터를 가져와 봐라' 이렇게 해서 승인을 할 수가 없잖아요. 건이 많은데. 종합감사를 할 때는 자세히 보겠죠.]
대전지검은 김 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해 수사하고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홍빛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