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것이 오늘(27일)의 큰 뉴스였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년 동안 유지했던 대한항공 대표이사 자리를 오늘 잃었습니다. 주주총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했는데, 치열한 표 대결 끝에 불과 2.6%P가 모자라서 물러나게 된 것입니다. 주주들의 손에 재벌 총수가 대표이사 자리에서 내려온 첫 번째 사례가 되겠습니다. 잇따른 갑질과 범죄 의혹에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 입장을 정하고 나선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다른 대기업들에 주는 경고의 의미도 커 보입니다. 그렇다고 조 회장이 경영권을 완전히 잃은 것이 아닙니다. '대표이사' 글자는 뗐지만, 그의 직함은 여전히 '회장'입니다.
박영우 기자입니다.
[기자]
[조양호 사내이사의 중임은 부결되고 박남규 후보는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조양호 회장의 이사 연임 안건에는 주총에 참석한 주주 64.1%가 찬성했고, 35.9%는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이사 선임에 필요한 기준 66.7%를 간발의 차이로 채우지 못한 것입니다.
반대를 주도한 것은 국민연금과 외국인 투자가입니다.
지분 11.6%를 가진 국민연금은 내부 격론 끝에 어제 저녁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캐나다 연금, 플로리다 연금 등 주요 외국인 주주도 일찌감치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해외 투자자의 결정에 큰 영향을 주는 ISS 등 의결권 자문사들이 반대하라고 권고하면서입니다.
외국인은 대한항공 지분 24%를 갖고 있는데 이 중 상당수가 반대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참여연대, 민변 등 시민단체들도 소액주주들의 표를 모아 가세했습니다.
이사 연임이 좌절되면서 조양호 회장은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됐습니다.
1999년 대한항공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지 20년만입니다.
조 회장은 주주들의 손에 물러난 첫 재벌 총수로도 기록되게 됐습니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회사 측은 당혹하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조 회장이 이사직은 잃었지만, 경영권을 박탈당한 것은 아니라고 밝혀 계속 경영에 관여할 여지를 남겨뒀습니다.
(영상디자인 : 박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