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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주주 손에 밀려난 조양호…대한항공 경영권 상실

입력 2019-03-27 18:27 수정 2019-03-27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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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조금 전에 얘기했던 대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을 사실상 잃게 됐습니다. 사회적 물의를 빚은 재벌의 총수가 주주총회를 통해 밀려나는 첫 번째 사례가 될 전망인데요.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의 연대가 힘을 발휘했습니다. 오늘(27일) 신 반장 발제에서는 조 회장의 대한항공 주주총회 관련 속보, 또 청와대발 뉴스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기자]

[우기홍/대한항공 대표이사 : 이로써 조양호 사내이사의 중임은 부결되고, (의장님 여기 발언 신청 있습니다.) 박남규 후보는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절차상의 하자가 있어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최고경영자직에 오른 지 20년 만에 자리를 내려놓게 됐습니다. 오늘 오전 열린 제 57기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대한상공 사내이사 연임 안건은 찬성 64.1%, 반대 35.9%, 즉 의결정족수 3분의 2를 채우지 못하고 부결됐는데요. 이로써 조 회장은 주주권 행사로 자리에서 물러난 첫 대기업 총수로도 이름을 올리게 됐습니다. 오늘 주주총회 현장, 시작부터 고성으로 술렁였습니다.

[채이배/바른미래당 의원 : 땅콩 회항 사건부터 지금까지 조양호 회장 일가의 전횡적인 황제 경영으로…회사 평판은 추락하고 경영 실적도 곤두박질쳤습니다.]

[주총 중이야! 주총 중이라고!]
[야 조용히 해!]
[야 비켜!]
[퇴장시켜 퇴장!]

[채이배/바른미래당 의원 : 다른 주주의 말씀도 경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야 들어! 들으라고! 야 들어!]

[김남근/변호사 : 과연 이사회에서 조양호 이사가 회사에 이러한 270억에 가까운 배임횡령에 손해를 입힌 사건에 대해서 어떠한 조사를 했는지 그것에 대해서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자 했는지에 대해서…]

[국회의원이야? 그럼 국회로 가야지 왜 여기 와서 이래!]

[대한항공 주주 : 지금 1호 안건을 얘기하는데 무슨 경영자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아직도 재판 중인데 왜 그런 걸 가지고 비판을 하십니까? 그런 비방이나 이런 건 주주총회 안건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 어떻습니까!]

[옳소! 맞습니다~]

[아니 저 한마디만 할게요!]

[대한항공 주주 : 저는 60이 넘도록 주주총회라는 건 진짜 처음 왔어요, 머리털 나고…이렇게 공산당처럼 이렇게 하는 건 처음 봤습니다. 이건 국회에나 있을 때예요. 가만있어요!]

[야 네가 공산당이야! 네가!]

분위기가 참 치열했죠. 대한민국 재계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오늘의 결과는,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아주 작은 땅콩 한 봉지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땅콩이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고 할까요. 조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이 뉴욕JFK공항에서 마카다미아 땅콩 서비스를 문제 삼으며 비행기를 회항시키는 초유의 사건이 일어납니다. 결국 조 전 부사장은 머리를 숙이며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조현아/전 대한항공 부사장 (2014년 12월 17일) : 죄송합니다.]

한바탕 홍역을 치른 뒤 잠시 자숙의 시간을 보내는 듯했던 한진가는, 다시 차녀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로 사회적 공분 대상에 오릅니다. 광고업체 회의에서 자신의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했다는 이유로 소리 지르고, 컵을 던지고 했다는 것이죠. 결국 언니에 이어 경찰 조사를 받게 됩니다.

[양원보/국회반장 (JTBC '정치부회의' / 지난해 5월 2일) : 조 에밀리 리 씨, 어제 강서경찰서에서 15시간 고강도 조사받았습니다. 답변 내용보다 더 눈길을 끈 것은 조 씨의 답변 태도였는데요. 바로 이 대목이었죠.]

[조현민/전 대한항공 전무 (지난해 5월 2일) : (폭행이나 업무방해 혐의는 인정하시나요?) 저 조사에 성실히 임하였습니다.]

[양원보/국회반장 (JTBC '정치부회의' / 지난해 5월 2일) : 도대체 이 웃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넌 지금 그걸 질문이라고 하니? 그렇게 물으면 내가 네, 인정합니다, 라고 답할 줄 알고 물어보는 거니?' 그런 것이었는지는 모르죠. 하지만 정말 4년 전에 언니 조현아 씨 때나 지금이나 조양호 회장 일가는 달라진 게 전혀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거, 바로 앞서 보신 그런 작은 행동들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끝판왕은 따로 있었습니다. 호텔 건설현장에서 폭언과 손찌검을 하고 운전기사, 가정부, 직원들에게 욕설과 폭행 '일상적'으로 행사했다는 그분. 특수폭행, 특수상해, 밀수, 불법고용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그분.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입니다.

[(JTBC '뉴스룸' / 지난달 18일) : 일어나 죽어라 거지 같은 O아 죄송하다고 말해]

오너 일가의 갑질 의혹은 조 회장의 경영 비리 의혹으로까지 번졌습니다. 조 회장은 현재 270억 원 규모의 횡령과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죠. 이 일련의 사태가, 결국 대기업 총수가 주주들 손에 물러나게 되는 첫 번째 사례로 귀결된 것입니다.

[조양호/한진그룹 회장 (지난해 6월 29일) : (총수 일가가 비리 백화점이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국민들에게 하실 말씀 한마디도 없으십니까?) … (대한항공 직원들에게 하실 말씀 없으세요?) …]

오늘 주총 결과, 의미가 또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 즉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통해서 영향력을 발휘한 첫 번째 사례입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지분 11.56%를 보유한 2대 주주인데요.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주총 하루 전날까지 격론을 벌인 끝에 반대 6, 찬성 4로, 조양호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습니다.

갑질논란, 또 진행 중인 재판 등에 미뤄 볼 때 "연임이 이뤄지면,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 침해의 이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가, 소액주주들까지 함께하면서 '대표이사직 박탈'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고요. 향후 이른바 총수리스크, 오너리스크에 대해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주들이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경고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공정경제 추진전략 회의 (1월 23일) : 앞으로도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를 적극 행사하여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겠습니다. 틀린 것은 바로잡고 반드시 그 책임은 물을 것입니다.]

현재 대한항공 측은 연임에 총력을 기울여온 만큼, 충격에 휩싸여 있다는 전언입니다. 하지만 조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직 잃었다고 해서 경영권에서 완전히 손을 놓은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대한항공의 최대 주주인 데다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다만 앞으로는 새로운 이사진이 주로 경영을 담당하면서 대한항공에 대한 영향력 발휘는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반응도 좀 볼까요. 전경련은 "선임안 부결에 유감을 표한다"면서 "기업들이 장기안정적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경영권이 더 이상 흔들리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재선임 반대투표를 권고했던 국내 의결권 자문사 관계자들은 "앞으로 기업들이 긴장하게 될 것", "국민들이 주인인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이 힘을 합쳐 잘못된 경영을 바로잡은 자본시장의 촛불혁명"이라는 평을 내놨습니다.

오늘 청와대 발제 정리합니다. < 주주 손에 밀려난 첫 총수…조양호, 대한항공 경영권 상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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