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주말 달리는 고속버스에서 한 남성이 여성에게 욕설을 하며 행패를 부린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출동한 경찰은 해당 남성에게 주의만 주고 그대로 여성과 같은 버스에 태워 보냈습니다. 다른 승객이 걱정하면서 경찰에게 다시 전화했지만, 경찰은 "무슨 일이 생기면 그 때가서 서울에서 신고하라"며 화를 내서 승객들의 원성을 샀습니다.
김도훈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토요일 오전 경기도 평택에서 서울로 가던 고속버스 안.
112로 신고 전화가 걸려옵니다.
[긴급신고 112입니다.]
[서울 가는 버스거든요. 어떤 남자가 행패 부리고 있어요. 소리 지르면서 욕하면서… 뒤에 있는 여자가 당하고 있거든요.]
수화기 너머까지 행패를 부리는 남성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한 40대 남성이 의자 등받이를 뒤로 눕히며 사건은 시작됐습니다.
뒤에 앉은 여성이 짜증을 내자, 20분 가까이 욕설을 퍼부었다는 것입니다.
[신고 승객 : 버스 안에서 욕을 하고 행패를 부리니까, 뒤에 여자분은 무서워서 얘기도 못 하고 계셨고. 다른 승객분들도 굉장히 불안해하셨어요.]
버스는 휴게소에 멈췄고 경찰이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해당 남성에게 주의를 주고 다시 두 사람을 같은 버스에 태웠습니다.
남성이 여성에게 사과했고 여성이 '바쁘다'고 밝혔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러자 신고했던 승객이 출동했던 경찰에게 전화를 걸어 보복을 우려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제지하지 않았으면 무슨 일 생겼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결국 그 자리에 다시 태웠고.]
[그쪽(서울)에서 전화하시면 돼요. 이제 무슨 일 생기거나 하면…]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자, 갑자기 서울에서 신고하라며 소리를 지릅니다.
[다른 사람들도 다 공포에 떨었고. 서울 가서 여자 분이 남자한테 해코지당하면 책임져요?]
[아 거기서 신고를 주면 된다고요! 여보세요. 경찰관한테 그렇게 얘기하시면…]
경찰은 당시 "피해 여성의 의사에 따라 버스를 태운 것"이라며 "소리를 지른 건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경찰청은 지난해 8월부터 여성 대상 범죄 근절을 위한 치안정책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