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세계의 유행을 이끌어 온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가 8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평생 욕망을 창조한 그였지만 디자이너 말에 솔깃하지 말고 자기만의 멋을 찾는 것이 진짜 아름다움이라고 말했습니다.
강나현 기자입니다.
[기자]
잠잘 때만 벗는다는 선글라스와 새하얀 꽁지 머리, 그리고 검은 양복과 가죽 장갑,
세계의 유행은 조금은 고집스러워 보이는 그의 손끝에서 늘 시작됐습니다.
독일 출신 카를 라거펠트는 패션 디자인을 따로 배우지는 않았지만 타고난 감각으로 21살에 프랑스 패션계에 발을 디뎠습니다.
1965년 펜디의 디자인을 책임지며 스타 디자이너가 된 데 이어 82년부터는 샤넬에 합류합니다.
고상한 이미지에 갇혀 위기를 맞았던 샤넬은 라거펠트와 만나 젊고 유쾌한 감각을 불어넣으며 다시 도약했습니다.
[카를 라거펠트 (2011년) : 나는 TV 안테나 같아요. 모든 것을 흡수하고 다 잊어버려요. 그리고 나만의 방식으로 다시 만들어 내죠. 특별한 비결은 없어요.]
한국에서 연 패션쇼에서는 조각보와 한복을 응용했습니다.
지난해 프랑스를 방문한 김정숙 여사는 그가 디자인한 한글 재킷을 입기도 했습니다.
멜라니아 트럼프 등 유명 인사들은 "천재를 잃었다", "세상에는 아름다움을, 따분한 시대에는 재치를 준 사람"이라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습니다.
25만권의 책을 소장한 독서광으로도 알려진 그는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삶을 사는 것이 진정한 '명품 인생'이라고 말했습니다.
[카를 라거펠트 (2011년) : 사람들은 디자이너들이 아름답다 말해주는 옷이 아닌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을 봐야 해요.]
(화면제공 : 샤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