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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미션] 임세원 교수 사건 한 달…정신과 진료실 가보니

입력 2019-01-30 21:40 수정 2019-01-31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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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신과 의사가 혹시 모를 '환자 난동' 같은 것이 두려워서 호신용으로 골프채를 구비해 놓고 있다면 어떨까요? 강북삼성병원 임세원 교수가 환자 흉기에 찔려 숨진 지 오늘(30일)로 꼭 한 달이 됐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진료실이 많아서 의사는 물론 환자들도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이 보내주신 제보와 취재 요청을 사회부 기동취재팀 기자들이 현장에 찾아가 확인하는 '뉴스 미션'. 

오늘은 그동안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던 '정신과 진료실'을 서효정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일주일 전, 이 병원에서는 정신과 환자가 의료진을 향해 흉기를 휘두르는 일이 있었습니다.

임세원 교수가 숨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벌어진 사건이라 충격이 컸습니다.

정신과 의료진과 환자들은 안전 조치가 필요하다며 저희에게 취재 요청들을 해왔는데요.

저희가 한 번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24시간 문을 여는 정신과 응급실입니다.

이 곳에서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종종 벌어집니다.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응급실로 환자를 부축해 들어옵니다.

면담을 마친 뒤 의료진이 입원을 권유합니다.

하지만 환자는 거부하며 바닥에 드러눕습니다.

의료진이 진정시켜 봐도 소란은 계속됩니다.

[병원 관계자 : 일주일에 30~40명이 오는데 거기에서 80~90% 정도, 거의 모든 환자들이 이런 상황에서 내원합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은 임 교수 사건 이후 정신과 외래 진료실을 리모델링 했습니다.

진료실 안으로 들어와 봤습니다.

환자가 바깥쪽에 앉기 때문에 대피할 수 있는 문을 안쪽에 만들어놨습니다.

원래 이렇게 벽으로 되어있던 공간인데 이번 사고 이후에 이렇게 문을 뚫은 것입니다.

이 문을 열면 다른 진료실로 연결이 됩니다.

다른 진료실을 통해서 바깥으로도 대피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비상벨과 대피로, 보안요원까지 '안전을 위한 3종 세트'를 다 갖춘 병원은 많지 않습니다.

취재팀은 지난해 7월 환자에게 망치로 공격을 당했던 강릉의 개인병원도 찾아가 봤습니다.

10년 동안 돌본 환자가 갑자기 찾아와 흉기를 휘둘렀다고 합니다.

[임성후/강릉율곡병원장 : 들어오자마자 망치를 꺼낸 거예요. 죽여 버리겠다고 달려들면서 컴퓨터는 박살 났고. (망치 부러지니까) 이쪽으로 와서 저를 폭행한 거죠.]

사건 이후 대피로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보안요원은 갖추지 못했습니다.

돈이 없어서입니다.

대형 병원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서울의 한 정신과 전문병원 진료실.

위급 상황에 호출할 수 있는 벨이 없고, 나갈 수 있는 대피로도 없습니다.

보안요원 없이 접수대에는 간호사만 근무하고 있습니다.

취재팀은 전국 36개 병원 정신과의 전공의들 조사도 해봤습니다.

대피로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10명 중 7명꼴입니다.

보안 요원이 상주하거나 순찰을 안 한다는 답변도 절반을 넘습니다.

[정신과 전공의 : 서랍장, 모니터, 흉기…발길질도 많이 맞고 물어뜯기기도 하고.]

의사들은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읍니다.

하지만 만약의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창우/강남을지병원장 : 이런 것들을 가까운 곳에 비치해 놓고 있습니다.]

흉기가 될 수 있는 넥타이나 목걸이, 귀걸이도 착용하지 않습니다.

임세원 교수를 떠나보낸 슬픔을 이렇게나 많은 환자들은 글로 남기고 추모하고 있습니다.

의료진에게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은 환자들을 위한 길이기도 합니다.

(영상디자인 : 최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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