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운전을 하는데 도로 한복판에 전신주가 줄지어 나타나면 아찔하고 황당하겠지요. 이런 도로가 실제로 있습니다. 도로를 넓히는 과정에서 지자체와 한전 사이에 벌어진 갈등 때문입니다.
구석찬 기자입니다.
[기자]
경남 함안의 한 마을 앞 도로입니다.
전신주 13개가 900m 구간 도로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장애물이 등장하면서 차량들이 급히 브레이크를 밟고 방향을 틉니다.
전신주에 닿을 듯 말 듯 가까스로 비껴 지나갑니다.
마주보고 차가 오갈 경우 운전자들은 예민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차량이 아예 대문 바로 앞을 넘나들기도 합니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밤에는 더 위험합니다.
사고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손수현/주민 : 여기를 들이받아서 차가 망가진 적이 있었어요.]
이런 황당한 상황은 도로를 넓히기 시작한 1년 전부터 예견됐습니다.
당시 함안군은 한전이 전신주를 무단으로 설치했다며 이전을 요청했습니다.
공유지 사용 허가를 안 받았다는 것입니다.
반면 한전은 10년 전 설치 당시에는 사유지였다고 맞섰습니다.
그러면서 이전 비용이 개당 1000만 원이 넘는다며 전신주를 그대로 뒀습니다.
이 상황에서 함안군이 도로만 넓혀 버린 것입니다.
뒤늦게 한전이 먼저 전신주 이전을 약속했지만, 함안군과 한전이 주민 안전을 볼모로 기싸움을 벌였다는 비판이 거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