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충남 태안 천수만에 있는 죽도라는 섬의 어민들이 몰려온 기름띠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인근 바다에서 암초에 부딪힌 배에서 나온 기름인데, 당장 이곳의 굴을 사지 않겠다는 취소 전화가 빗발치고 있고, 어민들은 생계가 막막해졌습니다.
정영재 기자입니다.
[기자]
주민들이 박스를 들쳐 메고 갯바위를 오릅니다.
바위 사이사이를 닦아내자 검은 기름이 묻어나옵니다.
[육순자/죽도 어민 : 나 머리 아파서 하다가 고개 들고 드러누웠어. 저기 가서 머리 아파서 못 해.]
그제 아침 7시 30분쯤 충남 홍성 남당항에서 3km가량 떨어진 섬 죽도에 기름띠가 몰려왔습니다.
죽도 남쪽에 있는 바지락 양식장 앞 해안입니다.
주민들이 바닥에 앉아서 돌을 하나하나 닦고 있는데요.
바닥에는 검은 기름 덩어리들이 이렇게 점처럼 붙어 있습니다.
닦아내도 완전히 닦이지 않는 모습인데요.
작업을 시작한 지 1시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기름을 닦아낸 쓰레기들이 가득 쌓였습니다.
기름은 굴과 바지락 양식장 50헥타르를 덮쳤습니다.
벌써부터 예약한 굴을 사지 않겠단 전화가 밀려듭니다.
[이경진/죽도 어민 : 아무래도 어패류에 기름 냄새가 살에 박혀서 먹질 못해요. 1년 먹고살아야 하는데 그걸 못 하니까 내년에 막막하죠.]
이 기름은 그제 충남 보령군 장고도 앞 바다에서 암초에 부딪힌 예인선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해경은 고의로 흘렸는지 실수로 흘린 것인지 조사 중입니다.
죽도 기름 제거 작업은 사흘 정도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디자인 : 이정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