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눈 쌓인 배추밭에서 썰매를 타다 올림픽에서 메달까지 땄던 선수. 그래서 배추보이라 불렸죠. 스노보드 이상호 선수 기억하실텐데요. 배추밭에서 시작된 도전. 오늘(22일)은 이상호라는 이름이 붙은 슬로프를 선물받았습니다.
온누리 기자입니다.
[기자]
새하얀 설원 위에 빨강, 파랑, 노랑 알록달록한 색깔들이 더해집니다.
스노보드에 몸을 실은 사람들이 움직일 때마다 눈밭 위에는 그림이 그려지는 듯 합니다.
이상호는 맨 앞에 섰습니다.
10여년 전, 탄광촌 정선의 경사진 배추밭에서 썰매 타다 스노보드 대표가 된 산골 소년.
평창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던 그 눈밭은 '이상호 슬로프'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상호/스노보드 국가대표 : (캐나다 스키장에) 선수 이름을 따 슬로프를 만들었다고 했을 때 진짜 부럽다고 생각했는데 저한테도 이게 현실이 되니까 기분이 좋아요.]
설상 종목, 한국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
이상호에게는 외로운 도전이었습니다.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은 탄탄한 체력, 그리고 유연한 균형 감각이 중요합니다.
아시아 선수들은 버거워하던 종목입니다.
이상호는 여름에는 수상스키를 타고, 또 유도를 하면서 부족한 점을 메웠습니다.
배추밭으로 상징되는 열악한 현실에서 시작된 도전.
그리고 스물셋의 나이에 맛본 올림픽 메달.
황홀했던 추억을 뒤로 하고 이상호는 다시 출발대에 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