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가 전국에 10곳의 혁신도시를 만든지 10년이 넘었습니다. '지역 균형 발전'을 목표로 만들었지만, 기반 시설이 부족해서 사실상 비어 있는 곳이 많습니다. 정부가 4조 원을 더 투자하겠다고 하는데, 돈만으로 해결될 문제인지 고민해봐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밀착카메라 박병현 기자입니다.
[기자]
평일 아침 8시 40분 길거리 한복판에 관광버스들이 줄지어 들어옵니다.
출발지는 서울 잠실과 양재, 경기도 분당 등 다양합니다.
충북 혁신도시에 들어선 공공기관 직원들을 위한 출근 버스입니다.
[공공기관 직원 : (서울에서 그러면 매일 출근하시는?) 네, 월급도 별로 안 주는데 굳이 여기서 왜 살아요.]
오후 6시가 되자 퇴근 직원들을 태운 버스가 다시 서울로 향합니다.
공공기관 직원들이 빠져나간 저녁 시간 거리는 썰렁합니다
지금은 평일 저녁 9시입니다.
제가 서 있는 곳은 충북혁신도시 번화가로 꼽히는 골목입니다.
일반 도시라면 식당마다 사람들로 가득할 시간이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습니다.
거리에는 사람을 찾기 힘들고 거리 곳곳에는 임대, 분양, 두 글자가 적힌 빈 공간이 있습니다.
[주변 식당 관계자 : 입주가 너무 안 돼 가지고…(가게를) 진짜 길게 하면 5개월 정도 하는 데가 너무 많아요. 식당은 거의 다 일요일 날 다 쉬어요.]
지난해 국토부 조사에서 충북 혁신도시 거주자 만족도는 전국 10개 혁신도시에서도 가장 낮았습니다.
주민 편의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도심의 한 공사장입니다.
기존에 없던 영화관이 내년 개관을 목표로 지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열악한 교통 환경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가장 가까운 KTX 오송역은 차로 1시간 떨어져 있고, 시외버스 대부분은 오후 8시 이전에 차가 끊깁니다.
이 때문에 가족 단위로 옮겨온 공공기관 사람들을 찾기 힘듭니다.
[공공기관 관계자 : 자녀들 있는 경우에 저기 교육환경이 좀…종합병원이 우선 여기 없잖아요.]
실제 아파트 분양홍보관은 텅 비어있고, 분양 홍보 때 쓰였던 풍선 구조물과 각종 의자만 남아 있습니다.
[이제승/충북 혁신도시 발전추진단장 : 수영장이라든가 다목적 체육관이라든가…이런 것이 계획대로 진행이 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 단계에서의 만족도는 그때 상황하고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다른 혁신도시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공공기관 12곳이 들어선 원주혁신도시입니다.
의료 관련 기업들을 유치해 '스마트 헬스케어' 중심지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현실은 다릅니다.
텅 빈 상가에는 임대 광고 종이만 붙어있고 기업 부지로 남겨뒀던 땅은 현재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평일 저녁 시간이지만 일부 상가들은 아예 문을 닫았습니다.
불이 켜진 식당조차 내부에는 텅빈 테이블만 있습니다.
[원주 혁신도시 주변 상가 관계자 : 반곡동 혁신도시 같은 경우에는 아직 정상 궤도에 올라가려면 멀었어요. 많이 죽었죠. 상가가.]
원주혁신도시의 경우 2007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들어온 관련 기업은 38곳으로 입주 목표 대비 5.6%에 그쳤습니다.
[강원 혁신지원센터 관계자 : 입점이 안 돼 있는건 아니고요. 1층, 2층 위주는 외식사업부 위주로 가게를 내려고 하다 보니까 지금 비어 있는 공간이 있는 거고…]
상황이 이런데 지자체는 또 다른 도시 개발에 나섰습니다.
혁신도시에서 차로 약 20여분 떨어진 곳에 만드는 '원주기업도시'입니다.
정부는 최근 전국 10곳 혁신도시에 2022년까지 4조 3000억원을 들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주민들이 문제로 꼽는 교통, 교육 등 생활기반 관련 대책은 담지 않고 있습니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목표로 공공기관 이전에만 10조 원 넘는 돈을 투입한 정부는 혁신도시에 4조 원 추가 투자라는 카드를 꺼냈습니다.
단순히 양적 공세로 현재 혁신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 현장부터 들여다봐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