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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대체복무제는 별개"

입력 2018-11-01 19:10 수정 2018-11-01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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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종교적 혹은 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서 대법원이 오늘(1일)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도 정당한 입영거부 사유로 볼수 있다고 판단한 것인데요. 지난 2004년이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유죄 판단을 내린 지 14년 만에 판례가 바뀌게 됐습니다. 오늘 최 반장 발제에서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판단 소식을 자세하게 다뤄보겠습니다.
 

[기자]

오늘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는 오전 11시로 예정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김명수 대법원장 참 바쁜 하루를 보냈는데요.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듣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이렇게 출석 도장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10시 35분, 연설이 끝나고 부랴부랴 여의도에서 서초동 대법원으로 향했습니다.

[김명수/대법원장 : 공식적인 일정 때문에 조금 늦게 개정된 것을 양해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지금부터 오늘의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를 시작하겠습니다.]

제가 먼저 사건을 간단하게 요약해 드리겠습니다. 2003년 첫 입영영장을 받은 오승헌씨는 당시 입영을 연기하다 2013년 7월 육군 현역병 입영통지서를 받습니다. 그러나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그는 "전쟁연습을 하지 말라"는 성경 말씀을 이유로 전쟁과 관련된 군에 입대할 수 없다며 입영을 거부합니다. 당시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씨는 1·2심에서 모두 징역 1년 6개,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당시 오씨를 처벌한 근거는 병역법 88조 1항입니다. "입영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즉, 이 말은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군대에 가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는다라는 의미입니다.

한번 제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할까봐 나는 군대 못가겠다"아니면 "내가 지금 게임을 하고 있는데, 게임 레벨이 떨어질까봐" 입대를 하지 않겠다. 그러면 당연히 처벌을 받습니다. 하지만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라거나, 또는 "재난이 발생해 정해진 날에 입대하기가 어렵다"라는 사유는 통상 받아들여 집니다. 그리고 우리 법원은 종교적 신념 등 양심적인 이유는 바로 이같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판단을 해 왔습니다.

지난 1968년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판례를 처음으로 확정을 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하급심에서 무죄를 선고하자 2004년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를 열었는데요. 이때도 "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는 정당한 사유가 아니다"라며 유죄 판례를 유지해왔습니다.

그리고 14년이 지난 오늘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도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국가가 개인의 양심에 반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어길 시 처벌하는 것은 개인의 기본권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그러니까 쉽게 설명 하면 병역의 의무보다 개인의 양심이 더 앞선다고 본 것입니다.

[김명수/대법원장 : 이들에게 집총과 군사 훈련을 수반하는 병역 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고 보아야 합니다.]

아울러 대법원은 자유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운영되지만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을 인정해야지만 그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습니다.

[김명수/대법원장 :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 의무의 이행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그 불이행에 대하여 형사처벌 등 제재를 하는 것은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에도 위배됩니다.]

이렇게 양심적 병역거부를 무죄로 판단한 것은 김명수 대법원장과 주심인 김재형 대법관을 포함한 8명입니다. 그리고 다른 이유로 무죄로 판단한 별개의견을 제외하고, 김소영 대법관 등 4명은 양심은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판단했는데요. "양심은 상대적인 것이다", "병역거부와 관련된 진정한 양심의 존재여부를 심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반대의견을 냈습니다.

[박상옥/대법관 : 개인적 신념이나 가치관, 세계관 등과 같은 주관적 사정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없습니다. 헌법적 가치의 향유를 위해 국가의 존속을 지지하고 안정과 평화가 유지되길 기대하는 국가 공동체 구성원이라면 헌법에 의해 부과되고 병역법 등에 따라 구체화된 국방의 의무 그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습니다.]

2004년 12대 1로 유죄였던 판단이 14년만에 사실상 9대 4의 의견으로 무죄로 판단이 바뀐것입니다. 인권단체들은 일제히 환영했고 당사자인 오승헌씨도 "대법원의 용감한 판결에 감사하다"며 소감을 밝혔습니다.

[오승헌 : 지난 세월 동안 약 2만여 명의 선배이면서 동료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인내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판결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약 930여 건의 판결들이 이제 계류 중입니다. 그 모든 판결들도 전향적인, 긍정적인 판결이 나오기를 기대하겠습니다.]

특히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처벌과 대체복무제 도입은 별개라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즉 대체복무제가 있든 없든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사유가 인정되면 처벌할 수 없다라고 판단을 한것인데요. 지난 6월 대체복무 도입을 요구한 헌법재판소의 결정보다 대법원의 판결이 한 걸음 더 나아간 판단인 것입니다.

내년까지 만들어야할 대체복무안은 현재 정부가 논의를하고 있는데요. 국민 공감대 등을 고려해 복무기간은 현역 육군의 2배인 36개월 근무지는 교정시설 등으로 단일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인권단체 측에서는 국제사회의 권고와도 맞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수정/변호사 : 사실상 전과자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교정 시설에 36개월을 가둬놓겠다는 것에 다름 아닌 안입니다. 이들에 대해서 징벌을 가하는 방식의 제도를 도입해서 설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제가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오늘 김명수 대법원장 참 바빴는데요. 오전 10시 국회에 있다가, 오전 11시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곧바로 대법원으로 온 김명수 대법원장, 선고가 끝나자 마자 김소영 대법관 퇴임식에 참석해 이렇게 인사를 나눴습니다. 기념촬영도 했고요. 그리고 오후 2시에는 신임법관 임명식을 갖고 후배 법관들에게 덕담을 전하는 등 오늘 하루종일 쉴틈 없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안 돼"…대법원, 14년만에 판례 뒤집어 >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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