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개싸움'이나 '닭싸움'처럼 우리나라는 이렇게 동물끼리 서로 싸우게 하는 걸 법으로 금지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소만큼은 예외인데요. 소싸움은 민속놀이라며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데, 초식동물인 소의 본성과는 전혀 맞지 않는 동물학대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규진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덩치 큰 황소들이 코뚜레에 이끌려 모래판으로 나옵니다.
무거운 머리를 맞대고 상대방을 짓이겨야 살 수 있는 곳.
소들의 몸은 피투성이로 변합니다.
싸움이 격해질수록 관중의 박수갈채는 더 커집니다.
[소싸움 경기 중계자 : 으라차차! 배치기! 어여차! 자자 박수 한번 주시고!]
한 경기가 끝나면 곧바로 다음 소들이 투입됩니다.
거친 숨을 내쉬는 소들은 울부짖고 이리저리 몸을 뒤흔듭니다.
[남지숙/동물을위한행동 : (소는) 가고 싶지 않은 거예요. 그런데 여기 코뚜레가 굉장한 무기예요. 코뚜레를 당김으로써 1톤 무게를 움직이거든요. 그러면 소는 선택권이 없어요.]
600kg을 넘나드는 소들이 싸우면서 뿔이 부러지고 다치는 일도 많습니다.
하지만 경기를 위해 몸을 키우려면 더 혹독한 사육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싸움소에 돈을 거는 일은 금지돼 있지만, 암암리에 판돈이 오가기도 합니다.
[싸움소 주인 : (상금이) 최고 600만원. 다른 데는 1000만원 하는 데도 있어요. 소싸움이 역시 취미도 있지만 돈 하고 연관이 있잖아…]
소싸움은 민속놀이라는 명목으로 전국 11곳에서 개최되고 있습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소싸움은 민속놀이로 분류돼 있기 때문입니다.
[전북 정읍시청 공무원 : 근데 이렇게 하는 건 법에 저촉되는 건 아니니깐요. 저희는 '동물 학대가 아니다. 민속 소싸움이다'라고 대답해 드리고 있는 실정이에요.]
하지만 동물보호 단체들이 동물 학대와 사행성 조장을 지적하며 반대하고 나서면서 논란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허은주/수의사 : 사실 소가 싸울 이유가 없어요. 전통은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 따라서 새롭게 합의되는 거라 생각해요.]
세계적으로 인위적인 동물싸움을 금지하는 추세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전통이라는 이유로 계속되고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이재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