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앉을 권리'를 보장해 달라면서 거리로 나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서 종일 서서 일하는 노동자들입니다. 길게는 10시간 넘게 서있어야 하는데, '의자가 있어도 앉을 수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채승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백화점 화장품 판매대나 면세점 등에서 일하는 서비스 노동자들입니다.
대부분 구두를 신고, 선 채로 일합니다.
손님이 있을 때도, 없을 때도, 좀처럼 앉지를 못합니다.
의자조차 없는 매장도 많습니다.
잠시 쉴 때도 손님 눈에 띄지 않도록 구석에 숨어 있어야 합니다.
본사 차원에서 제품 이미지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앉지 못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백화점 판매 노동자 : 12시간 정도 (근무)… 고객용 (의자) 이라서 저희가 앉아 있지 못하죠. 앉아 있으면 인식 자체가 '왜 앉아있지?' '왜 방치하지' 이러니까…]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발가락이 휘어지는 무지외반증이나 하지정맥류 같은 질환을 앓는 이들도 많습니다.
사실 매장에서 노동자가 앉을 수 있도록 보장한 정부 규칙은 이미 10년 전에 나왔습니다.
하지만 권고에 불과한데다, 처벌 규정도 없어 제대로 지켜지지 않습니다.
결국 노동자들이 '앉을 권리'를 보장해달라며 거리에서 집회까지 열었습니다.
[권혜선/대형마트 노동자 : (어떤 매장에서는) 왜 앉으면 안 되느냐고 했더니 '법에만 있는 거지 실제로 그러는 게 아니다' '의자를 갖다놓으라고 한 거지 강제적으로 앉으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노동자들은 앉을 권리와 적절한 휴식을 보장받기 위해 계속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이창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