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법원행정처가 '상고 법원'을 도입하려고 재판을 '거래 대상'으로 삼으려 한 의혹, 그동안 나왔었고, 그런데 행정처가 실제 재판에 개입한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이른바 '부산 법조 비리' 사건에서 행정처가 항소심 재판을 사실상 지휘했다는 것입니다.
강현석 기자입니다.
[기자]
부산의 건설업자 정모 씨는 지난 2015년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 재판부는 2016년 2월 두 사람의 뇌물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업자 정 씨로부터 향응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부산고법 문모 판사가 사건에 연루됐다는 뒷말이 무성했습니다.
검찰은 최근 행정처가 이 사건의 항소심에 직접 개입한 정황이 담긴 문건을 확보했습니다.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이 2016년 9월에 만든 문건에는 항소심과 관련해 계속 뒷말이 나온다면서 문 판사의 재판 개입 등이 사실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에 따라 '항소심이 제대로 진행된 것처럼 보여야 한다'며 재판부가 직권으로 재판을 다시 열어 1심 내용을 뒤집는다는 취지의 내용도 담겼습니다.
이 문건이 그대로 실행됐다는 것이 검찰 판단입니다.
부산고법 항소심 재판부는 문건이 만들어진 시점인 2016년 9월 이미 변론을 끝냈습니다.
그런데 11월 직권으로 재판을 재개했고, 두 차례 더 변론을 열었습니다.
결국 이듬해 2월 문건에 적힌 대로 건설업자 정 씨와 조현오 전 청장의 뇌물죄 판결이 유죄로 뒤집어졌습니다.
문건에는 행정처장이 부산고등법원장에게 내용을 전달하고, 행정처 관여가 노출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라고도 적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