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주 52시간 제도에 대한 각종 편법과 허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노동자에게 노동시간 단축을 적용받지 않는 직군으로 바꾸라고 강요하고 여기에 동의하지 않자 해고한 사례도 있습니다.
전다빈 기자입니다.
[기자]
대한항공에서 3개월 동안 파견직 운전기사로 일했던 김모 씨는 지난 금요일에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주 52시간 근무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감시·단속직'으로 전환하자는 회사의 요구에 동의하지 않은 뒤입니다.
[김모 씨/전 대한항공 파견직 운전기사 : 자기 마음대로 변경하고 일방적으로 '이렇게 바꾸자. 이게 안 맞으면 나가야지!' 이게 너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상황이었고요.]
감시단속직은 청원경찰, 운전기사 등 업무 강도가 낮거나 대기시간이 긴 업종에만 적용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노동자의 동의를 받아 신청하면 고용노동부가 승인 여부를 결정합니다.
하지만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작되자 노동자에 사실상 동의를 강요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해고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김모 씨/전 대한항공 파견직 운전기사 : 어떤 제한도 받지 않고 근로시간이 늘어나게 된다는 위험이 있다고…권리는 없고 의무만 있는 노예처럼 느껴졌어요. 제가.]
대한항공 측은 파견 업체에 해당 기사의 교체를 요청했지만 해고에 관여하지는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논란이 일자 고용노동부는 앞으로 감시단속직 승인을 할 때 반드시 현장 실사를 하도록 규정을 바꾸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