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야당과의 협치를 제도화하기 위한 제안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당장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 문제를 놓고서도 여야 각당이 다른 입장을 내는 것을 보면, 완전한 협치 시스템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6일) 야당 발제에서는 민주당이 제안한 협치 모델의 실현 가능성을 따져보고, 특활비 폐지를 둘러싼 각 당 입장도 자세하게 알아보겠습니다.
[기자]
집권여당에서 '협치'의 한 모델을 제안했습니다. 어제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했던 발언입니다. 보시죠.
"우리가 평화와 개혁연대에 금을 긋고 시작할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러니까 이런 이야기입니다. 기존에는 평화당과 정의당, 진보 성향 무소속과 함께 하는 '개혁입법연대'가 거론이 됐지만, 범위를 더 넓혀서 바른미래당, 심지어 자유한국당까지 포괄하는 협치 모델, '평화와 개혁연대'를 꾸려보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런 대타협, 협치 모델이 만들어진다면, 정말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역시 거대 양당이 걸립니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과연 일부 법안이라도 손을 잡을 수 있을까…다행히 현재 양당의 원내 수장이 친구 사이여서 소통은 잘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없지는 않습니다.
[김성태/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5월 11일) : 축하해.]
[홍영표/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5월 11일) : 몸 관리를 좀 잘해야 되니까. (하여튼 축하하고) 단식은 그만하시고, 그럽시다.]
[김성태/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5월 11일) : 너무 많이 꼬여있으니까…]
[홍영표/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5월 11일) : 내가 제일 먼저 왔어. 끝나자마자.]
[김성태/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5월 11일) : 다 내보내고 얘기 좀 하자 잠깐. 오후에 올래? 오후에?]
하지만 이런 친분에도 불구하고, 양당의 정체성 차이는 극복하기 힘들 정도로 큽니다. 또 바른미래당이나 평화당, 정의당 등 소수 야당도 매 사안마다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홍영표 원내대표가 이 모든 정당을 아우르기에는 한계가 따른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당장 최근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른 국회 특수활동비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오히려 이 문제는 소수 야당이 더 적극적인 대응을 펼치고 있습니다. 우선 정의당은 특활비 폐지 법안부터 제출했습니다.
[노회찬/정의당 의원 (JTBC '썰전' 276회) : 특수활동비는 국민의 요구고 국회 같은 데에서는 없애고, 정부에서도 꼭 필요한 용도로만 쓰라는…자기 건 그대로 쓰면서 다른 부처의 특수활동비에 손을 대는 건 명분이 없기 때문에…]
정의당이 이렇게 폐지 법안을 제출하자, 바른미래당도 오늘 즉각 호응하고 나섰습니다.
[김관영/바른미래당 원내대표 : 바른미래당은 특수활동비를 폐지하겠습니다. 그리고 당론으로 추진하겠습니다.]
민주평화당 같은 경우는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었는데, 참여연대가 내역을 공개한 기간에 가장 많은 특활비, 5억 9000만 원을 받은 박지원 의원이 오늘 "폐지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박지원/민주평화당 의원 : 제가 5억9000만원. 우리 의원 중에서 제일 많은가, 라고 하는 것은 이렇게 원내대표 두 번 등 원내대표직을 많이 맡고 있어서 그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무조건 폐지를 해서 정치, 정책 활동을 위축시킬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국회에서 논의해서 폐지하자 하면 반대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되면 원내 5당 가운데 3개 정당은 특활비 폐지에 긍정적인 입장입니다. 그러나 국회 논의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역시 민주당과 한국당, 거대 양당이죠. 그러나 지금 이 두 정당은 '특활비 폐지'까지는 거론하지 않고 있습니다.
[홍영표/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어제) : (특활비가) 국회 운영을 위해서 불가피한 측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제도를 투명하게 운영하면 저는 이런 비판들을 해소할 수 있다고 봅니다.]
[김성태/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어제) : 특활비, 하여튼 국민의 상식과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이런 제도 개선이 우선이라고 봅니다.]
참여연대가 공개한 국회 특활비 내역을 보면, 상임위원장은 매달 600만 원씩 특활비를 받아갔습니다. 법사위원장 같은 경우는 1000만 원씩 받아갔죠. 사실 상임위원장 대부분을 양당이 가져가기 때문에 특활비를 전면 폐지하자는 데 다소 소극적인 것 아니냐, 이런 비판이 나옵니다. 사실 특활비 문제가 불거진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지난 2015년, 이 분의 폭탄 발언이 있었습니다.
[홍준표/당시 경남지사 (2015년 5월 11일) : 국회 원내대표 때 원내대표는 국회 대책비가 나옵니다. 내 활동비 중에서 남은 돈은 내 집에 생활비로 줄 수 있습니다.]
이 발언이 논란이 됐던 3년 전에도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등 거대 양당은 투명한 공개를 외쳤을 뿐, 폐지를 주장하지는 않았습니다.
[유승민/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 (2015년 5월 19일) :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 같은 거는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이종걸/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2015년 5월 20일) : 국회 특수활동비를 전체 점검하고 투명성을 제고하는 제도개선 대책단을 발족하겠습니다.]
그러나 특활비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 시행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번에도 3년 전처럼 특활비 관련 국회 논의가 자칫 흐지부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어쩌면 여야 '개혁연대'보다 '특활비 폐지 연대'가 더 시급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발제는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오늘 야당 기사 제목은 < '민주, '협치' 제도화 시동…특활비는 동상이몽 >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