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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상 "평양서 레드벨벳 '빨간맛', 긴장 예상했지만…"

입력 2018-04-09 21:43 수정 2018-04-09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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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의 저작권은 JTBC 뉴스에 있습니다. 인용보도 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JTBC 뉴스룸 (20:00~21:20) / 진행 : 손석희

[앵커]

오늘(9일)은 좀 특별한 분을 모셨습니다. 평양에 다녀오신 후에 오늘 처음 방송과 인터뷰 하시는 분인데요. 현송월 단장과 가수 겸 작곡가 윤상 씨가 함께 있던 모습. 불과 지난주의 일이기도 하죠. 최근 달라진 남북의 기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모습 중 하나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오늘 예술단의 실무접촉 수석대표 겸 음악감독으로 평양을 다녀온 윤상 감독을 옆에 모셨습니다. 어서오십시오.

 


[윤상/평양공연 예술단 음악감독 : 안녕하십니까.]

[앵커]

다녀오셔서 바로 모시려고 했는데 굉장히 지쳐 계신 것 같아서…

[윤상/평양공연 예술단 음악감독 : 지치기도 했었고요. 저 같은 경우에는 4월 5일날 방송됐던 '봄이 온다'의 방송이 잘 끝나야, 일단 역할이 완수되는 거여서 도착 후에 아마 5일날 아침까지 녹음실에 계속 있었습니다.]

[앵커]

그랬습니까? 공연이 끝나면서 평양을 떠나면서 '평양에 있는 것이 꿈같다', 이게 '실감이 되지 않는다', '아마 함께했던 가수들도 서울에 돌아가서야 우리가 어떤 일을 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씀하셨는데 본인의 느낌은 어떠십니까?

[윤상/평양공연 예술단 음악감독 : 저도 적절했던 표현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제가 방송을 제 눈으로 볼 때는 다녀온 것이 맞지만 또 제가 원한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보니까 눈을 감으면 이게 잠깐 꿈을 꾼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앵커]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는 말씀이시군요.

[윤상/평양공연 예술단 음악감독 : 아직도…네.]

 


[앵커]

'수석대표'라고 이렇게 호칭이 붙였을 때에는 사실 좀 저희들도 좀 낯설었습니다. '윤상 수석대표' 하니까 음악하는 분들한테는 안 어울리는 호칭 같기도 하고, 그런데 이제 '음악감독' 하니까 비로소 제자리로 돌아온 듯한 느낌도 있었는데, 그런데 이제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음악감독'이라고 하면 이 전체 공연에서 과연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가, 매우 중요하고 핵심적인 역할인 것은 알겠는데, 어떤 일을 하신 겁니까?

[윤상/평양공연 예술단 음악감독 : 지금 말씀하신 대로 처음에 그냥 '음악감독'이라는 역할만 얘기를 했으면 저도 마음이 그렇게까지 무겁지는 않았을 텐데, '수석대표'라든지 저한테도 생소한 용어들이 있어서 처음에 저한테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을 해 주시는데, 그 얘기가 잘 안 들어올 만큼 굉장히 긴장을 했었죠. 제가 갑자기 왜…그런데 말씀하시는 얘기들을 조목조목 듣다 보니까 '수석대표'인 것보다는 '음악감독'으로서 굉장히 시간이 촉박한 상태에서 '누군가는 이 역할을 해야 한다'라는 쪽으로 판단이 들어서 그렇게 해서 수락을 하게 됐습니다.]

[앵커]

그러면 정부에서 뭐라고 설명을 했습니까? 어떤 일을 해 달라고…

[윤상/평양공연 예술단 음악감독 : 일단은 이번 공연이…사실 '음악감독'은 그 작품에 따라서 하는 역할이 굉장히 다양해질 수 있는데요. 이번에는 '선곡권'이라든지 이런 것은 좀 힘든 얘기였고요. 일단 중요한 것은 약 일주일도 남지 않은 그 상황에서 '위대한 탄생'이라는 우리 밴드, 한 밴드의…]

[앵커]

조용필 씨?

[윤상/평양공연 예술단 음악감독 : 그렇죠. 그리고 나머지 물론 조용필 씨는 자기 팀이지만, 그렇지 않은 다른 여덟분의 가수분들이 노래를 해야 되는 상황이었어요. 물론 이선희 선배 같은 경우에도 자기의 밴드가 있지만, 다 같이 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일단, 그런 음악적인 현실적인 부분을 조율하는 게 가장 급선무였고요. 또 필요에 따라서는 함께 할 노래에 대해서 편곡을 또 하루이틀 만에 끝내야 되는 역할도 있었고요.]

[앵커]

하루 이틀 만에 편곡을 해서 바로 연주가 됩니까, 물론 프로들이지만?

[윤상/평양공연 예술단 음악감독 : 사실은 좀 불가능한데, 그렇게 해서 결국 무산된 일도 있었고요.]

[앵커]

그런가요. 어떤 게 무산됐나요?

[윤상/평양공연 예술단 음악감독 : 사실 '다시 만나요'라는 곡과 '우리의 소원' 같은 곡을 우리 측의 편곡에 삼지연관현악단이 풍성한 스트링으로 좀 같이 연주를 했으면 하는 게 저희의 욕심이었는데…]

[앵커]

그게 잘 안 됐군요.

[윤상/평양공연 예술단 음악감독 : 그게 그분들 '서울공연'을 보면 악보가 안 보여요, 무대 위에. 그만큼 '철저하게 준비한다'는 뜻 같았어요. 그래서 나중에 듣고 보니까 이번에는 너무 기간이 빠듯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은 다음번에 기회가 된다면 이런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앵커]

지금 바로 그 장면이 나오고 있기는 한데 사실 이 장면도 물론, 이거는 거의 마지막이잖아요. 맨 앞에 피아니스트 김광민 씨가 '집으로 가는 길'을 연주하고 정인 씨가 '오르막길' 허밍도 있다가 '오르막길'로 올라갔잖아요. 그것은 특별히 전략을 세워둔 오프닝인가요?

[윤상/평양공연 예술단 음악감독 : 그건 '음악감독'으로 제가 좀 욕심을 부려서 관철시켰던 부분인데요. 처음에 사실 우리 공연 '봄이 온다'의 오프닝은 석예빈이라는 무용수가 열어줬어요. 이어서 우리 가수들이 등장해야 하는데 저는 '춤'은 '언어'는 아니잖아요. 그리고 저도 그 '첫 곡'만큼은 언어가 담긴 곡이 아니라 어떤 음악이 정말 만국 공용어가 되려면 '멜로디가 선율로 공감할 수 있어야 된다'라고 생각을 해서 그때 떠오른 게 김광민 씨의 '집으로 가는 길'이었고요. 여기에는 또…]

[앵커]

이 장면입니다. 잠깐만 들어도 될까요? 저도 듣고 싶어서요. 하필 허밍이 끝난…

[윤상/평양공연 예술단 음악감독 : 그래서 정인 씨가 사실 이 '허밍'에 대해서 부담스러워 했는데요. 원곡에 부른 것은 오히려 성악하는 발성처럼 불렀는데, 너무나 제가 그날 무대에서 듣기에는 '저 친구 아니었으면 어떻게 했을까'싶을 만큼 그렇게 무언의 멜로디를 잘 표현해 주고, 그리고 '오르막길'을 올라가니까 저로서는…]

[앵커]

'최고의 오프닝이었다'. '오르막길'은 저도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곡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곡을 들을 때는 남북 관계를 생각하고 들은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이 무대에 그 곡이 올라가니까 그렇게 '가사가 잘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윤상/평양공연 예술단 음악감독 : 그게 사실 저희가 어느 정도 생각했던 부분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이게 한마음으로 들릴 수 있을까 이런 '인연들이 모여서 우리가 이번 일을 했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아마도 그때 오프닝이니까 그때까지는 평양의 관객들도 아직까지는 이렇게 공연에…

[윤상/평양공연 예술단 음악감독 : 몰입이 안 되죠.]

[앵커]

그런 상황이었을 것 같습니다.

[윤상/평양공연 예술단 음악감독 : 하지만 언어가 없어도 그 정서 자체를 물론 경황은 없겠지만 시작을 그렇게 하고 나서 이제 우리가 준비한 노래들에 메시지도 들어 있고 조금씩 젖어가는 그런 방법을 택한 것 같습니다.]

[앵커]

여기도요? 이 곡에도요?

[윤상/평양공연 예술단 음악감독 : 이 곡은. 이 곡은 사실 얘기들이 많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희도 이 곡이, 레드벨벳이 무대에 올라가면 '어느 정도의 긴장감은 분명히 느껴질 것이다'를 각오했었고요. 특히나 저는 첫 회 공연 때는 객석의 뒷모습밖에 볼 수가 없었어요. 김정은 위원장, 어떻게 보면 도종환 장관님 옆에 제가 앉아 있었기 때문에 뒷모습에는 표정이 없잖아요. 그래서 정말 가장 어떻게 보면은 표정을 읽기 어려웠던 무대였는데, 하지만 노래하는 레드벨벳 멤버들의 표정을 통해서 그게 약간 거울처럼 반사된 느낌에서 '그렇게까지 우리가 여기에 민폐를 끼치는 무대는 아니다', 왜냐하면 저희가 충분히 우리는 얼마든지 공감하는 무대니까 '편안하게 보시라'라는 그런 뜻이었습니다.]

 


[앵커]

도종환 장관은 좀 잘 못 읽으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바로 이 자리에 며칠 전에 나와서 도 장관이 뭐라고 얘기했냐면 아마 '여태까지 레드벨벳이 공연하는 공연 중에 그렇게 좀 긴장된 딱딱한 분위기는 처음이었을 것이다'라고 얘기를 했는데 가만 보니까 도종환 장관도 관객들의 뒷모습만 보고 한…

[윤상/평양공연 예술단 음악감독 : 그렇죠. 저희가 5일날 방송된 관객석의 표정을 보고 나서야 저도 좀 더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원래 처음에 '레드벨벳' 간다고 했을 때 이름에 '레드'가 들어간 것 때문에 '좀 저쪽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 하는 그런 질문이 나왔을 때 윤상 감독님이 웃었던 것으로 보도가 됐는데 왜 웃으셨습니까?

[윤상/평양공연 예술단 음악감독 : 딱히 그 자리에서 어떤 말씀을 해 드려야 좋을지 진심으로 물어보시는 건지 저한테 좀 조금 헷갈렸습니다. 순간적으로…]

[앵커]

그 답변이 가장 적절한 답변인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현송월 단장은 어땠습니까? 여기는 지난번에 몇 차례 오가면서 올림픽 때도 익숙한 인물이 되기는 했는데, 윤상 감독은 혹시 익숙해졌습니까?

[윤상/평양공연 예술단 음악감독 : '익숙해졌다'는 표현은 과연 이분은 우리가 알다시피 나이가 많지가 않아요. 그런데 예술단 단원 입장에서 그렇게 단장 자리까지 간 그 부분이 조금 어떤 이유일까 궁금했었는데, 하는 행동이라든지 모든 걸 볼 때, 굉장히 어렸을 때부터 영재교육이라고 해야 할까요. 보니까 가수뿐만 아니라 나중에 뒤풀이 때 보니까 피아노 연주도 하고 '자기는 못하는 악기가 없다'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런 다방면의 어떤 탤런트가 많은 사람이라서 조금 우리가 생각할 때 젊은 나이지만, 왜냐하면 부단장은 훨씬 나이가 많으시거든요. 그런데 단장을 하는 이유는 그런 어떤 '퍼포머'로서의 능력과 그리고 어떤 '모든 음악을 다 이해한다' 이런 게 통한 것 같습니다.]

[앵커]

'수석대표'로서 '카운트파트너'로서는 어땠습니까?

[윤상/평양공연 예술단 음악감독 : 그 부분도 당당함으로는 거의 그분들은 연습을 훈련이라고 표현하니까 그냥 나오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앵커]

아무튼 고생 많이 하셨는데, 왜 김정은 위원장이 '가을이 왔다' 공연을 하자고 했었잖아요. 거기에 대해서는 해석이 많이 있었습니다. '봄이 온다'라고 했으니까 자동적으로 나온 '가을이 왔다'냐 아니면 어떤 정치적 의미를 가지고 하는 말이냐. 그런데 대개 이런 경우에 그냥 단순하게 얘기하지는 않았겠지라는 해석이 주류를 이루었죠. 어떻게 받아들이셨는지요?

[윤상/평양공연 예술단 음악감독 : 그 얘기를 할 때 저도 옆에서 듣고 있었습니다. 그 말은 도 장관님께서도 말씀하셨듯이 여러 가지를 함축하는 것 같아요. 가을이 되면 우리가 앞으로 있을 여러 가지 큰 일들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상태일 때니까 그렇게 '가을이 왔다'라는 이름으로 북에서 준비를 해서 남에서 한다면 그건 이번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서로의 어떤 마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저는 '음악감독'이기 때문에 만약에 그 공연이 서울에서 정말 열리고 이번에 우리 측 가수들이 또 같이 협연이 필요하다면 기쁜 마음으로 도울 수 있는 거지만 우리는 언제 하느냐라든지 그런 걸 제가 여쭙기에는 아직 상황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모든 건 아무튼 4~5월에 있을 남북 정상회담 그리고 북미 정상회담에서 어떤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서 굉장히 좀 유동적일 것 같기는 합니다. 잘 되기를 바라야겠습니다마는 그나저나 '가을이 왔다'를 만약에 하게 된다면 여전히 그때도 '수석대표' 겸 '음악감독'이실까요? 그건 답변하기 어려우시죠?

[윤상/평양공연 예술단 음악감독 : 그렇죠. 아무래도 '수석대표'라는 자리는 어떤 특수성도 작용한 것 같아요. 왜냐하면 현송월 단장이 일단 삼지연관현악단의 단장 입장에서 그때 회담에 나왔던 거기 때문에 저도 '음악감독'으로서 갔지만 그때 나중에 어떤 상황이 될지는 저는 모르는 부분이고요. 그런데 한 가지 이 자리를 빌어서 정말 아쉬웠던 부분도 계실 것이고 또 만족하신 부분은 그분들께 응원을 정말 감사하게 받았는데 일단 너무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진 공연이었고 그리고 우리 스태프들이 거기에서 정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 그런 것들이 없었으면 정말 불가능한 공연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팀워크를 확인할 수 있었던, 감독 입장에서는요. 그게 굉장히 좋았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윤상 수석대표 겸 음악감독 겸 가수 겸 작곡가분과 인터뷰 나눴습니다. 고맙습니다.

[윤상/평양공연 예술단 음악감독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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