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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청 "비핵화, TV코드 뽑듯 안돼…단계적 과정 필요"

입력 2018-03-30 18:28 수정 2018-03-30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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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희도 집중적으로 다뤘었지만요, 김정은 위원장이 북·중 정상회담에서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골자로 한 비핵화 전략을 공개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추진해 온 '일괄타결', 또 미국의 '리비아식 해법'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방식이죠. 다소가 아니라 많이 거리가 있는 방식이죠. 이에 대해 청와대는 "비핵화는 텔레비전 코드를 뽑는 것과는 다르다"는 비유를 들며 "일괄타결에도 단계적 과정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청와대 발제에서는 릴레이 정상회담을 앞둔 남·북·미의 비핵화 해법을 집중 분석해봅니다.
 

[기자]

[이선권/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 (어제) : 80여 일 동안에 일찍이 북남 관계 사이에서는 있어본 적이 없는 그런 사변적인 일이 많이 생겼습니다. 마음을 맞추고 뜻을 맞추고 노력과 힘을 합쳤기 때문에 이번에 평창을 비롯해서 민족사에 남을만한 그런 기록들이 옳게 이뤄졌다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지난 겨울부터 봄까지, 한반도에 영화보다 더 극적인 일들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11년만의 정상회담 성사는 물론이고, 북·미가 한 테이블에 마주앉을 날도 머지 않았죠. 그런데, 순항 중이던 한반도 비핵화 논의에 잠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김정은/북한 노동당 위원장 (음성대역) : 남한과 미국이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응해 평화실현을 위한 단계적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을 만나 한 이 발언 때문입니다. 그동안 북한은 큰 틀에서 '비핵화 의지'를 밝혔을 뿐, 구체적인 해법에 대해서는 말을 아껴왔죠. 그런데 중국과의 회담에서 핵 폐기 단계를 쪼개 단계별 보상을 받는 '살라미 전술'을 다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입니다.

그간 청와대는 '고르디우스 매듭 끊기'에 비유되는 '일괄타결론'을 비핵화 해법으로 제시해 왔습니다. '핵 동결 후 핵 폐기'를 큰 틀로 해서, 협상이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비핵화, 종전선언, 평화협정을 한꺼번에 원샷 방식입니다.

미국은 또 다릅니다. CVID의 일환인 선 핵폐기, 후 보상이라는 리비아식 해법을 주장하고 있죠. 리비아는 2003년 핵 폐기를 일사천리로 진행한 뒤에, 2006년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라는 보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미국은 북한에 단계적 보상을 해주다 이른바 '먹튀'를 당했던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존 볼턴/백악관 NSC보좌관 내정자 (현지시간 지난 25일) : 그들은 시간을 벌기 위해 협상을 최대한 천천히 굴려가려고 할 것입니다. 이것이 그들이 지난 25년간 지속적으로 해온 일입니다. 바로 (핵 폐기) 본론으로 들어갈수록 더 좋은 것입니다.]

하지만 체제 보장을 중시하는 김 위원장이 이 카드를 받을 가능성, 제로에 가깝습니다. 핵무기를 내어준 리비아 원수 카다피가 결국 축출된 뒤 반군에 사살됐기 때문이죠. 당시 북한 외무성은 "리비아식 핵폐기는 사탕발림으로 무장해제시키고, 군사적으로 덮치는 침략 방식"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간 동상이몽. 결국 우리정부가 접점을 찾아야 하는 부담을 앉게 됐는데요.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리비아식 모델을 적용하긴 어렵다. 일괄적 타결도 결국 단계적 진행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 (음성대역) : 북한의 핵 문제는 25년째입니다. TV 코드를 뽑으면 TV가 꺼지듯 (일괄타결 선언으로) 비핵화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검증과 폐기, 이 과정은 순차적으로 단계적으로 밟아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청와대는 "결국 과거의 '단계적 비핵화'로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습니다. 예전 방식이 미세하게 잘라 조금씩 나아갔던 거라면, 지금은 정상 간의 선언으로 큰 뚜껑을 씌우고 이후 실무논의를 하는 탑다운 방식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거죠.

비핵화 접점찾기, 또 하나의 변수 중국입니다.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도 링 위로 올라섰죠. 지금 시진핑 주석의 특별 대표 자격으로 방한한 양제츠 정치국 위원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북·중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 중입니다. 앞서 양 위원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의 면담에서 '북·중 회담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양제츠/중국 정치국 위원 (어제) : 김정은 위원장의 비공식 방문, 그리고 시진핑 주석님과의 회담은 남북정상회담에서 더 많은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도움에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제츠 위원, 누군가 더오르는 처진 눈꼬리가 상당히 인상깊습니다. 아무튼요, 미국과 파워게임 중인 중국은 한반도 대화국면에서 북한의 편에 설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앞서 CCTV는 북·중회담에서 시 주석의 말을 받아적는 김 위원장을 클로즈업해, 마치 시 주석이 조언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북한은 북·중 혈맹을 강조하면서, 중국의 '지지'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조선중앙TV (김정은 방중 보도) : 습근평 동지와 팽려원 여사는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동지와 이설주 여사께 자기들이 특별히 마련한 여러 가지 선물들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해드렸습니다. 두 당, 두 나라 최고영도자들 사이에 오가는 친형제와 같이 뜨겁고 열렬한 정이 흘러넘치었습니다.]

훈수 둘 사람이 늘어나는 만큼, 비핵화 셈법은 복잡해져 갑니다. 오늘(30일) 청와대 관계자의 비유가 인상적인데요. "이 세상에 혼수 문제, 시부모 문제 없는 결혼은 없다. 중재자로서 조정하고 타협짓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오늘 청와대 발제는 < 청 "비핵화, 일괄타결해도 단계적 과정 필요" > 로 정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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